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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칼럼] 아프리카와 개발협력(17): 보릿고개를 이겨낸 말라위 창고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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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칼럼] 아프리카와 개발협력(17): 보릿고개를 이겨낸 말라위 창고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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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분투칼럼] 아프리카와 개발협력(17): 보릿고개를 이겨낸 말라위 창고 사업
    김영완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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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 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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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라위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말라위의 1인당 국민소득은 600달러(약 83만원) 수준이다. 인구 약 2천200만명 가운데 8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약 70%가 절대 빈곤 상황에 놓여 있다.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은 기저효과로 인해 선진국보다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편이다. 그런데도 말라위의 최근 국내총생산의 성장률은 2024년 1.67%, 2025년 1.89%에 그쳐 매우 저조하다. 인구 증가를 감안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말라위의 인구는 연평균 약 2.6%씩 늘고 있어 경제성장률이 인구 증가율을 밑돌고, 그 결과 1인당 GDP는 2022년 이후 4년 연속 감소했다. 경제 규모는 조금씩이나마 커지고 있지만, 국민 한 사람의 소득은 오히려 해마다 줄고 있는 셈이다.
    말라위의 저발전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다른 최빈국에서 흔히 보이는 뚜렷한 원인이 없다는 데 있다.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의 상당수 국가는 전쟁, 내전, 종족 갈등처럼 저발전의 이유가 비교적 분명하다. 하지만 말라위는 1964년 독립 이후 내전이나 쿠데타를 겪은 적이 없다. 이웃 나라 모잠비크가 내전으로 혼란에 빠졌을 때는 오히려 모잠비크 난민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천연자원이 풍부하지 않아 자원의 저주에 빠질 일도 없었다. 물론 농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가뭄, 사이클론 같은 잦은 기후 충격도 말라위 경제를 흔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비슷한 조건을 가진 나라들과 비교해도 말라위가 이토록 오랫동안 저발전에 머무는 이유는 따로 있어 보인다.
    필자는 그 핵심 원인 중 하나로 부패를 꼽는다. 말라위 사회에는 부패가 만연할 뿐 아니라 부패에 대한 처벌이 매우 미온적이다. 그동안 다양한 부패 사건이 발각되었지만, 근본적인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부패를 해결할 방안도 찾지 못했다. 이러한 부패 스캔들은 원조 중단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원조가 절실하지만, 정부가 부패한 나라에서는 원조가 필요한 사람에게 닿기 전에 새어 나가기 쉽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원조를 끊고, 가난한 나라는 더 가난해진다. 그렇다면 부패가 만연한 나라에서 원조는 어떻게 사람들의 삶에 닿을 수 있을까. 필자가 말라위의 한 마을에서 본 작은 창고는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었다.
    필자가 말라위를 방문한 것은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가 진행한 창고 개발협력사업을 평가하기 위해서였다. 문서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평가는 이미 마친 상태였지만,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싶었다. 문서와 데이터가 말하지 않는 해답은 늘 현장에 있기 때문이다. 개발협력사업의 효과는 보고서만으로는 온전히 평가할 수 없다. 지역 주민과 직접 대화하고 두 눈으로 상황을 살피는 일이 무수한 데이터보다 더 큰 통찰을 줄 때도 있다. 필자는 사비로 운전사를 고용해 사업지로 향했다.


    창고 개발협력사업은 말 그대로 마을에 창고를 짓는 사업이었다. 말라위 농민 대부분은 작물을 1년에 한 번 수확한다. 수확기가 되면 모든 농가가 동시에 작물을 시장에 내놓기 때문에 가격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작물을 저장할 곳이 없으니 당장 내다 파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결국 1년 동안 힘들게 키운 작물을 짧은 시기에 헐값에 넘기게 된다. 시간이 지나 식량이 떨어지면 농민은 자신이 판 것과 똑같은 작물을 비싼 값을 치르고 다시 사야 한다. 그마저 살 돈이 없으면 굶주려야 하고,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생겨난다. 우리나라가 예전에 겪었던 보릿고개가 말라위에서 매년 되풀이되는 것이다.
    창고는 주민들이 이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수확한 작물을 창고에 모아 저장해두었다가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 내다 팔게 해준 것이다. 작물을 보관할 장소도, 힘든 시기를 버틸 현금도, 중간 상인과 협상할 힘도 없던 농민들에게 창고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작물을 제값에 팔 수 있게 되었고, 보릿고개로 고통 받던 가구도 눈에 띄게 줄었다. 굿네이버스는 창고를 짓는 데 그치지 않고 농작물 수확량을 늘리는 교육과 자산을 증식하는 교육도 병행했다. 창고에서 시작된 변화는 마을 전체로 번졌고, 이웃 마을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필자가 이 사업에서 가장 주목한 것은 창고가 운영되는 방식이었다. 창고의 운영과 소득증대 사업 대부분은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졌다. 누구의 작물이 얼마나 들어오고 언제 얼마에 팔렸는지를 주민들이 함께 정하고 함께 지켜보았다. 원조가 정부의 재정 시스템을 거쳐 여러 단계를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 직접 닿았고, 그 쓰임새를 감시하는 것도 마을 사람들 자신이었다. 말라위의 엘리트들이 부패를 통해 자신의 배만 불리는 구조를 고착화시켰다면, 이 창고 사업은 정반대의 구조를 갖고 있던 셈이다. 도로나 다리, 발전소를 짓는 대규모 건설 사업에 비하면 이 사업의 예산은 아주 적었다. 그러나 돈이 중간에서 새어 나갈 여지가 적었고, 그만큼 주민들이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물론 외부 기관이 진행하는 개발협력사업이 늘 좋은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외부의 지원은 마을의 고유한 문화와 질서를 바꾸기도 하고, 주민들이 원조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외부 기관은 영원히 머물 수 없기에, 예산 등의 문제로 철수하면 모든 사업이 멈추기도 한다. 말라위의 창고 사업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러한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굿네이버스의 도움이 있었지만, 주민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자립하는 방법을 배웠다. 외부 기관이 억지로 주입한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원칙이었기에 주민들은 그것을 존중했고,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해 나갔다. 창고를 함께 운영하며 공동체 의식이 자라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말라위의 창고 개발협력사업은 적은 예산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특히 부패가 만연한 나라에서는 원조의 규모보다 원조가 어떤 경로로 사람들에게 닿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주민이 직접 운영하고 서로를 감시하는 작은 사업은 부패한 시스템을 우회해 실제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통로가 된다. 공적개발원조의 효과성을 논할 때 흔히 실질적인 변화를 강조하는데, 한 마을에서 절대 빈곤의 고리가 끊어졌다면 그것이야말로 실질적인 변화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필자가 다녀온 뒤로 시간이 꽤 흘렀다. 그사이 말라위 경제는 가뭄과 외환 위기, 높은 물가 속에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국가 전체의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기에 그 마을의 창고가 지금도 주민들의 손으로 굴러가고 있을지 더욱 궁금해진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때처럼 다시 한번 그 마을을 찾아가, 주민들이 만든 원칙이 여전히 그들을 지켜주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영완 교수
    현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 아이오와대학(University of Iowa) 정치학 박사,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개발협력 석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사,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 사회과학단 전문위원(2022∼2024), 현 외교부 무상원조관계기관 협의회 민간전문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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