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스·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수반 공동선언
"영국서 독립 약속·우리 미래 EU에 속해"…버넘 정부 통합 과제 '난관'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웨일스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수반이 14일(현지시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포함, 지역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공동으로 선언했다.
린 압 요워스 웨일스 수반과 존 스위니 스코틀랜드 수반, 미셸 오닐 북아일랜드 수반은 이날 웨일스 카디프에서 만나 '웨일스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의 헌법적 변화'를 준비, 계획, 촉진하라고 영국 중앙 정부에 촉구하는 공동선언 및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들 수반은 공동 성명에서 "사상 처음으로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북아일랜드 수반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약속하고 있다"며 "웨스트민스터(잉글랜드를 중심으로 한 영국 중앙 정치)의 시간에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징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뚜렷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우리는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며 "웨스트민스터 정부(영국 중앙 정부)는 우리 국민이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원칙을 훼손하거나 민주주의를 막을 권리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이들 수반은 "우리는 각자 다른 헌법적 입장에 있고, 각자의 미래를 각자의 방식과 시간에 맞게 결정할 것임을 인정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브렉시트는 우리 경제에 해를 끼쳤고 우리 국민의 기회를 제한했다"며 "우리의 미래는 유럽연합(EU)에 속해 있다고 믿는다"고도 밝혔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는 잔류가 탈퇴에 앞섰다.

일간 가디언은 이번 회의를 두고 켈트계에 뿌리를 둔 세 지역 자치정부 수반의 '켈트 정상회의'라고 전했다.
민족주의 성향 자치정부 수반 세 명이 대면 회동을 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올해 5월 선거에서 웨일스당(플라이드 컴리)이 최대 다수당이 되면서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북아일랜드 신페인당과 함께 사상 최초로 3곳에서 동시에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하는 정당이 집권하게 됐다.
스코틀랜드의 스위니 수반은 "(3자 모두)자기결정권의 원칙으로 완전히 합심했다"고 전했다.
웨일스당 측은 "우리가 선거에서 역사적으로 승리한 이후 (영국의) 정치 지형이 바뀌었고 우리가 직면한 헌법적 문제와 자결권, 대유럽 협력, 경제, 에너지 등에서 실질적인 정치 협력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세 수반의 공동선언으로 지난 7월 취임한 앤디 버넘 영국 총리에게 지역 통합이라는 과제가 더 크고 복잡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AP 통신은 웨일스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의 협정으로 영국의 통합이 위협받고 있다고 짚었다.
버넘 총리는 지역에 더 많은 자치권을 주고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맨체스터리즘'을 주창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세 자치정부 수반의 이번 회동은 버넘 정부의 지방분권 의제에 난관이 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지난 12∼13일 아일랜드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아일랜드가 영국에서 분리돼 아일랜드와 통일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거듭 말해 영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도 했다.

독립을 지향한다는 원칙은 비슷하나 각 지역의 사정은 조금씩 다르다.
스위니 수반의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5월 선거로 재집권에 성공한 이후로 영국 중앙 정부에 스코틀랜드 독립에 관한 두 번째 주민투표를 실시할 권한을 이양하라고 요구해 왔다. 2014년 첫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는 찬성 45%, 반대 55%로 부결됐다.
그 이후로 집권한 영국 중앙 정부는 계속해서 두 번째 주민투표는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보여 왔다.
버넘 총리는 지난 9일 의회 정례 총리질의(PMQ)에서 주민투표 지지 여론이 확고하다면 투표를 고려해볼 수도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논란이 일었다. 스위니 수반이 이를 논의하는 면담을 요청하자 버넘 총리는 지난 10일 답신에서 현재로선 주민투표 지지 여론이 확고하지 않고 다른 중요한 국가 현안이 많은 만큼 주민투표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웨일스 자치정부에선 독립을 지향하나 현재로선 자립 기반을 강화해 독립을 준비한다는 정도의 입장이다.
지난 5월 취임한 요워스 수반은 첫 임기 내 웨일스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 추진은 배제하고 이 현안에 대한 '전국적 대화'를 이끌어 독립의 미래 기반을 쌓고자 한다고 말해 왔다.
북아일랜드 자치정부는 수반과 부수반이 동등한 권한을 갖고 통치에 상호 동의가 필수인 구조로, 현재 원내 제1당인 분리주의 정당 신페인과 제2당인 연합주의 정당 민주연합당(DUP)이 공동 집권하고 있다.
에마 리틀펜절리 부수반은 오닐 수반이 웨일스 및 스코틀랜드 수반과 회동하는 데 대해 "그는 내게 수반으로서 회동 참석에 관해 어떤 동의나 승인도 구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오닐 수반은 이에 대해 "내가 북아일랜드의 수반"이라며 "이는 우리 모두를 둘러싼 역사적 변화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동 성명에는 신페인당의 부대표인 오닐 수반이 메리 루 맥도널드 당 대표와 공동으로 서명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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