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집단방위 나토헌장 5조 발동 경계에 '아슬아슬' 줄타기"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공격 경계 넓힐 것"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유럽이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을 억제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간) 평가했다.
유럽 국방·정보 당국자들은 지난달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 발생한 폭발물 드론 공격 시도를 그 사례로 들었다. 러시아가 배후로 지목된 이 침투는 드론이 폭발하기 전 저지됐으나, 당국자들은 이 사건이 유럽의 기존 억제 방식의 실패를 방증하는 만큼 유럽이 집단으로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FT는 이에 대해 "한층 거세지는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공세에 대한 혹독한 경종"이라며 집단방위를 규정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헌장 5조를 발동하는 임계점 목전에서 벌어지는 러시아의 공격을 억제하지 못한 나토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서방의 한 고위 국방 당국자는 "나토 헌장 5조 발동 직전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우리가 충분히 조처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백해졌다"며 "러시아의 재래식 공격, 핵 도발을 막는 억제력은 충분하지만 하이브리드전에 대한 접근방식은 정말로 재고해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러시아는 지난 2년간 대리세력과 정보기관을 이용해 유럽 영토에서 허위 정보 유포, 사이버 공격, 화염병 투척, 정치인 자택 공격, 해저케이블 절단과 같은 공작을 은밀히 수행해왔다.
이는 하이브리드 전쟁의 전형으로, 스파이나 외주세력을 활용한 공격이라 러시아는 '부인 가능'하고 저비용으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독일 정부는 라이프치히-할레 공항 드론 침투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으나 러시아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무엇보다 하이브리드 전쟁은 재래식 무력 침공·공격의 임계점을 넘지 않도록 설정돼 상대방에 전면전의 명분을 주지 않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식 수법이기도 하다. 나토로선 러시아에 대해 헌장 5조를 발동하기 애매한 수위라는 것이다.
채텀하우스의 러시아 군사교리 전문가 키어 자일스는 "무엇이 나토 헌장 5조 발동 요건에 저촉되는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게 문제"라며 "그 경계가 설정되지 않는 한 러시아는 경계를 계속 넓혀갈 것이고 우리가 그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계속 밀어붙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와 가까운 동유럽권은 러시아가 징벌받을 걱정을 하지 않고 무차별로 유럽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이브리드 전쟁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임계점을 재고해야 한다고 나토에 촉구하고 있다.
FT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러시아 정책도 나토의 셈법을 복잡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짚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가 나토 동맹국을 겨냥하는 데 대해 강력히 경고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의 위협을 평가절하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라이프치히-할레 공항 드론 침투를 러시아가 공격의 경계선을 높이는 분수령이라고 평가하면서 독일이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하는 데 4주나 걸렸다는 점을 비판했다.
러시아의 무모한 행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데 주저한다는 점이 노출됐고 러시아가 더 대담한 공세를 할 수 있도록 여지를 줬다는 것이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 선임연구원 찰리 에드워즈는 "독일이 (라이프치히-할레 사건 뒤) 즉각 조처하지 않았다는 건 실로 놀랍다"며 "독일은 대응책을 마련할 때 '러시아의 추가 도발을 자극하지 않고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라며 여전히 재고 있는 것 같은데 완전히 잘못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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