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70% 등 장악…출마자들 검문소 통과도 어려워
유엔 지원군 5천500명 투입 예정이지만 실제 배치는 20%에 불과
"이젠 한계…정상화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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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우리는 현장에 가서 유권자들을 만날 수 없습니다. 운전하는 것도 무섭고, 납치당할까 봐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두렵습니다."
아이티 상원의원 후보로 나선 알투안 로동 비엔에메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한 얘기다.
오는 12월 13일 대선과 총선, 개헌 국민투표를 앞둔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고질적인 치안 마비 탓에 선거가 정상적으로 치러질지 불투명하다고 NYT가 최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이티에서 마지막으로 선거가 치러진 건 2016년 11월이다. 당시 바나나 수출업자였던 조브넬 모이즈가 부정 선거 논란 속에 당선됐다.
어렵게 정권을 잡았으나 끝은 비극이었다. 모이즈 대통령은 2021년 7월 암살됐고, 이후 고질적이었던 갱단 폭력이 급격히 확산하다가 2024년 초에는 일종의 내전 상태로 폭발했다. 부패한 정치인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서로 싸우던 갱들이 힘을 모으면서다.
'비브 앙삼'(Viv Ansanm·'공존'이란 뜻)이라는 광범위한 동맹 체제로 묶인 폭력 무장 갱단들은 경찰서, 교도소, 병원, 민가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총리가 사임하고 공항이 수개월간 폐쇄되는 동안 갱단은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70% 이상과 주요 농업 지대인 아르티보니트 계곡까지 세력을 넓혔다.
시민들도 무사하지 못했다. 폭력을 피해 150만명 이상의 주민이 피난길에 올랐고, 이 가운데 25만명가량은 공립학교 등 임시 거주지에서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유엔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갱단 폭력과 교전 등으로 3천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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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갱들의 난립 속에서 선거는 여러 차례 연기됐다. 그러나 아이티의 조속한 정상화를 원하는 미국의 압박과 더 미뤄서는 안 된다는 내부 분위기 속에 아이티 정부는 오는 12월 13일 선거를 치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이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다.
우선 헬리콥터를 빌릴 여력이 있는 후보들만이 주요 도로의 갱단 검문소를 넘어 수도 외곽 지역으로 선거 운동을 다닐 수 있다. 또한 수백만 명의 국민이 유권자 등록을 마쳐야 하는데, 정부가 제때 이 절차를 완료하기는 현재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치안 회복의 열쇠를 쥔 유엔 지원 다국적군의 성과도 아직은 미미하다. 목표 인원 5천500명 중 현장에 배치된 인력은 20%에 불과하다. 넓은 지역을 통제하기에는 병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예정대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도 크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대선 출마를 모색 중인 제리 타르디외 전 하원의원은 "지루한 과도기가 국민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며 "아이티가 예전처럼 평화로운 선거를 치를 이상적인 여건을 갖추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조건만 기다린다면 영원히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민들도 이런 생각에 동조하고 있다. 수도 외곽에서 유권자 등록을 마친 알렉상드르 카리(34) 씨는 "갱단 통제 지역에도 범죄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직하게 살아가는 주민들이 있다"며 "정부가 최소한의 치안을 제공해 국민에게 투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이렇게) 계속해서 추락할 순 없다"며 선거를 통한 정국 정상화를 촉구했다.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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