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 9월 기준 최고·경유는 역대 최고가…인플레 우려
가계·기업 직격…'공화 지지층' 농촌·중서부도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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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노동절 연휴를 앞둔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에 이어 경유(디젤) 가격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소비자 물가와 기업 비용을 압박하고 있다.
중간선거를 약 두 달 앞둔 시점의 고물가가 심화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평균 4.1474달러로 집계됐다. 9월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다. 휴가철 운전 성수기였던 7월 4일 독립기념일 당시의 갤런당 3.80달러를 한참 웃돈다.
경유 가격은 이날 갤런당 5.85달러로, 2022년 6월 기록했던 종전 최고치를 넘어섰다.
통상 미국에서는 노동절을 전후해 여름철 자동차 여행 수요가 줄면서 휘발유 가격도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계절적 수요 감소에도 가격이 오르는 이례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미·이란 전쟁으로 인한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인한 러시아 정유시설 손실, 미국 내 연료 재고 감소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미 정유업체들도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여유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 중서부 정유시설의 가동률은 명목 생산능력을 웃도는 103% 수준까지 올라갔다.
유가 상승은 단순히 운전자들의 주유비 증가에 그치지 않고 운송비와 식료품 가격 등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
미 경제가 상반기에는 고물가에도 비교적 견조한 소비를 유지했지만, 세금 환급 효과가 사라지는 하반기에는 가계 예산에서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소비가 둔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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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격 상승은 캘리포니아 등 기존에 가격이 높았던 지역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았던 중서부와 농촌 지역에서도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농촌 운전자들은 도심 지역보다 이동 거리가 길고 연비가 낮은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유가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이는 공화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미 중서부와 농촌 지역의 유권자 불만을 키워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
CNN 방송은 "노동절 연휴 휘발유 가격이 이렇게 비싼 적이 없었다"며 "이는 저렴한 에너지 공급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또 다른 타격"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에서 국내 정유업체와 연료 유통업계 경영진을 만나 소매가 인하를 주문했다.
또 미국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확보할 수 있도록 새로운 거래를 추진하고, 에너지 기업들의 가격 폭리 여부를 조사하도록 법무부에 지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단기간에 주유소의 소매가격을 낮추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가 결정 요인에는 국제유가와 정유시설 가동, 재고, 운송 여건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까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이 끝나면 유가가 빠르게 내려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연료 정책을 담당했던 닐 마호니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는 "선거철 막바지에 휘발유 가격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물고 뚜렷한 하락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은 현직 정치인, 특히 공화당에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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