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기본틀 합의 소식에 기대감 커져…암초도 여럿 존재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6개월째 이어진 중동 전쟁으로 굳게 닫혔던 글로벌 에너지 대동맥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 수 있을지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해협을 맞대고 있는 이란과 오만이 임시 통항로 개설과 기뢰 제거를 위한 기본 틀(프레임워크) 등에 합의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실질적인 개방까지는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이란-오만 간 합의가 공식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 이란의 팽팽한 기 싸움은 여전하고, 통항료 징수 문제, 국제법 해석 논쟁 등 암초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협상 진행 상황과 발목을 잡는 핵심 쟁점들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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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오만 합의 근접…"최종 타결은 아직"
이란 외무부가 발표한 양국 외무장관 회담 관련 공동 성명에 따르면 양국은 자신들의 주권적 권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안전한 해상 운항을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이를 위해 양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임시 공동 해상 통로(Maritime Corridor)'를 개설하고 해협 내 기뢰 제거 공동 프로젝트도 실행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이는 해협 개방을 위한 임시 조처다.
향후 영구적인 해상 통로 구축과 해협의 장기적 관리 방안을 비롯해 정보 교환 체계 구축, 해상 교통 관리, 관련 해상 및 보안 서비스 제공 등에 대한 합의를 위한 실무 협상도 이어가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양국은 일정 기간은 공동 항로를 개설해 운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걸프 해역 진입 항로와 진출 항로를 나누는 방식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걸프 해역으로 진입하는 선박은 이란 영해를, 빠져나가는 선박은 오만 영해를 통과하되 이란이 전체적인 감독권을 쥐는 형태다.
더욱이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의 설명에 따르면 양국은 해협 지분과 통항료 수익 분배 문제까지 합의를 이룬 상태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이란의 고위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에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오만과의 합의는 아직 최종 타결되지 않았다. 세부 사항에 대한 논의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가 모두 제거되었고 해협이 이미 열려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란은 여전히 자신들이 해협을 통제하고 있으며, 미국이 오만과의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오만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섣불리 이란의 손을 들어줘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역내 국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실용적인 해상 항행 보장책을 끌어내는 것이 오만의 최종 목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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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이란 해협 통제권 기 싸움…해협 개방은 언제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쥐고 통항료를 징수하는 상황을 막는 방향으로, 이란은 해협 통제권을 쥐기 위한 방향으로 필사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충돌하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해제와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이 주도하는 통항료 징수 체계를 전면 거부한 채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 24일 글로벌 해운사들을 대상으로 경보를 발령했다. 이란이 신설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에 통항료를 지불하는 것은 물론, 안전 보장을 핑계로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조차 미국 제재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반면 PGSA는 자국의 통항 규정을 위반했다며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선사의 유조선 및 화물선 45척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향후 나포 및 화물 몰수 등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징수와 통제의 바탕에는 근본적인 유엔해양법협약(UNCLOS) 해석의 차이가 깔려 있다.
국제사회는 이 해협에서 모든 선박의 자유로운 통과통항권(Transit Passage)을 주장한다.
반면, 1982년 협약에 서명만 하고 비준하지 않은 이란은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 선박만 통과를 허용하는 '무해통항권(Innocent Passage)'을 내세워 독자적인 선박 통제와 통항료 부과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런 상반된 주장은 이란과 오만의 협상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이란과 오만의 협상 진전에도 불구하고 이란-오만 간의 합의가 즉각적인 해협 정상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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