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대규모유통업법 조사 7일 전 통지해야"…이전과 입장 변화
공정위 "사전 통지 예외 해당돼 법 문제없어…다른 조사 그대로"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할인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한 의혹을 받는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를 거부하고 직권 조사 취소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전에도 같은 법 위반으로 공정위 현장 조사에 응해왔다가 입장이 달라진 만큼 미국 정치권에서 공정위 조사·제재 등과 관련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이후 자신감을 얻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다른 기업으로 현장 조사 불응이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쿠팡은 현장 조사 거부라는 전례를 남겨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쿠팡 관련 조사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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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 공정위 네 차례 시도에도 현장 조사 거부
2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19일부터 28일까지 쿠팡을 현장 조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쿠팡 측이 조사 사실을 사전에 통지받지 못했다며 조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19∼24일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현장 조사를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여기에 쿠팡 측은 공정위의 현장 조사 결정·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하고,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공정위는 쿠팡의 소송 제기 사실을 24일 인지하고 현장 조사에서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이 근거로 삼은 법률은 행정조사에 나서려는 기관장은 이 사실을 7일 전까지 조사 대상자에게 서면조사로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한 행정조사기본법 17조다.
아울러 행정조사기본법 3조 2항은 공정위 소관 법 중 공정거래법, 표시광고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등 8개 법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쿠팡 측은 공정위가 의혹을 두고 있는 대규모유통업법은 행정조사기본법 예외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사전 통지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행정조사기본법은 2007년 제정됐다. 대규모유통업법은 그보다 늦은 2011년 제정돼 예외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규모유통업법뿐 아니라 공정위 소관인 대리점법도 2015년 제정돼 예외로 명시되지 않았다.

◇ 쿠팡, 올초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과징금 22억…현장조사 받아
반면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은 행정조사기본법 예외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행정조사기본법 3조 1항에선 '행정조사에 관해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행정조사기본법을 따른다고 정의돼 있는데, 대규모유통업법은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규모유통업법 38조에는 이 법이 공정거래법을 준용한다고 규정한다.
38조 3항엔 대규모유통업법에 필요한 공정위 조사·의견 청취 역시 공정거래법을 준용한다고 돼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유통업법이 공정거래법과 마찬가지로 행정조사기본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것이 공정위의 논리다.
실제로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다른 기업은 물론 쿠팡을 상대로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벌여왔다.
앞서 쿠팡은 목표 마진을 달성하기 위해 납품단가 인하나 광고비 등을 요구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올해 2월 과징금 21억8천500만원을 부과받았다. 제재에 앞서 쿠팡은 불응 없이 공정위 현장 조사를 받았다.
쿠팡의 대응이 달라진 배경에는 미국 정치권에서 공정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의 쿠팡 제재를 '미국 기업 차별'로 주장한 것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달 1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한국은 수십년간 미국인 소유 기업을 표적으로 삼아왔으나 차별 대우는 최근 몇 년 새 상당히 심해졌다"며 '강압적인 조사 전술'이 차별대우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쿠팡이 미국의 이 같은 비호 속에 한국의 공권력에 정면 도전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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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병기 "전례 없는 일"…조사 거부 과태료 2억원에 불과
아직 다른 기업의 현장 조사 불응까지 확대된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분위기지만 일단 쿠팡이 현장 조사 불응의 '전례'를 만든 것이어서 공정위는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쿠팡의 현장 조사 거부와 관련해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언급하며 철저하게 대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 조사를 거부한 쿠팡과 관련해 내릴 수 있는 공정위 제재는 최대 과태료 2억원에 그친다.
공정위는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한편 대규모유통업법상 다른 업체의 의혹과 관련한 현장 조사는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장 쿠팡 대규모유통업법 관련 조사는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집행정지는 1∼2주 안에 결론이 나더라도 본안 소송은 어느 쪽이든 대법원까지 끌어 3∼4년 걸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쿠팡의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공정위는 현장 조사 7일 전 이를 사전 통지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감하거나 불리한 정보를 기업이 인멸할 수 있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때문에 여당 일각에선 행정조사기본법 예외 조항으로 대규모유통업법을 추가하자는 움직임도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정위는 법 개정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서면 실태조사의 경우는 다르지만, 세계 어떤 경쟁 당국도 현장 조사할 때 사전에 공지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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