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파모 4개 모델 글로벌 성능 약진…미국 제외 최고 수준 도달
반년 새 추론·코딩 급상승…투자·인프라 등 '종합 체력'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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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최근 우리나라 인공지능(AI)이 미국·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3'(주요 3개국)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 주도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내 모델들이 글로벌 성능 평가에서 잇달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다.
불과 반년 전 공개된 1차 모델과 비교하면 추론과 코딩, 장문 이해력 등 핵심 역량이 급격히 좋아졌다.
하지만 이를 두고 우리나라 AI 산업 생태계 전체가 미·중을 잇는 '세계 3위'에 안착했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가 차원의 AI 경쟁력은 단순히 벤치마크 점수뿐 아니라 자본과 컴퓨팅 인프라, 고급 인재, 개발자 생태계, 산업 현장 침투율 등 '종합 체력'이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객관적 지표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는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력에서 미·중을 뒤쫓는 '상위권 추격군'에 들어왔지만 국가 단위의 AI 종합 경쟁력은 여전히 인도·영국과 3∼5위권을 다투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 독파모 모델 모두 미중 제외하면 최상위
지난 18일 독파모 2차 단계평가에서 LG[003550] AI연구원, SK텔레콤[017670], 업스테이지가 관문을 통과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낸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전문가·사용자 평가를 더한 종합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번 평가는 벤치마크(40점), 전문가 평가(35점), 사용자 평가(25점)를 합산해 매겨졌다.
이번 평가에 오른 4개 모델은 글로벌 AI 평가기관 '아티피셜 어낼리시스'(Artificial Analysis)의 종합 지표인 'AAII'에서 모두 31점을 웃돌았다.

모티프테크놀로지스의 '모티프3'가 47점으로 가장 앞섰고, 업스테이지 '솔라 오픈 2'(37점), SK텔레콤 'A.X K2'(35점), LG AI연구원 'K-엑사원 2.0'(31점) 순이었다. 유럽과 캐나다 등의 주요 모델을 앞서는 성적표로 특히 40점을 넘긴 모티프3의 경우 미·중을 제외한 제3국 모델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다.
다만 이런 지표를 국가 AI 경쟁력 순위로 직결하기는 어렵다. AAII는 범용 성능을 가늠하는 복합 벤치마크 지표로 평가 시점이나 프롬프트 방식 등에 따라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에포크AI(Epoch AI)의 '주목할 만한 모델' 데이터베이스에도 국내 4개 모델이 모두 이름을 올렸지만, 이는 글로벌 기술 진보 추세를 추적하기 위한 데이터 목록일 뿐 국가별 순위표나 공인 인증은 아니다.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역량은 확인됐지만 미·중 최상위 모델을 압도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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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파모 모델, 반년 만에 코딩·추론 '껑충'
이번 2차 평가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성능 개선 속도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선보인 독파모 1차 모델과 비교하면 불과 반년 만에 추론·코딩·장문 처리 역량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업스테이지의 '솔라 오픈 2'는 파라미터를 기존 1천20억개에서 2천500억개로 키웠다. 전문가혼합(MoE) 구조를 채택해 실제 연산에는 약 150억개만 활성화하도록 설계 효율을 극대화했다.

SK텔레콤의 'A.X K2' 역시 파라미터를 5천190억개에서 6천880억개로 늘렸다. SKT 자체 평가 결과 14개 벤치마크 평균 성능이 전작 대비 32.2%포인트 개선됐으며, 장문 이해와 에이전트 성능은 80% 이상 뛰었다.
LG AI연구원의 'K-엑사원 2.0'은 체급을 2천360억개에서 7천500억개로 3배 넘게 키웠다. 자체 24개 벤치마크 평균 점수가 63.3점에서 70.1점으로 상승했고, 코딩 관련 지표는 30%가량 개선됐다.
◇ 미중 모델과 일부 평가 대등하지만…인프라·투자는 밀려
이번 독파모 모델들이 세부 영역별로는 글로벌 선두권과 대등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SKT A.X K2의 경우 AIME 2026 정답률(97.1%)에서 중국 딥시크 'V4 플래시'(96.7%), 지푸AI 'GLM-5.1'(95.4%), 문샷AI '키미 K2.6'(95.4%)을 근소하게 앞섰다.
그렇다고 전면적인 우위는 아니다. A.X K2의 GPQA-다이아몬드 점수(85.6점)는 키미 K2.6(91.0점)이나 딥시크 V4 플래시(89.4점)에 밀렸고, 코딩 일부 지표에서도 열세를 보였다.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지수'로 눈을 돌리면 격차는 더 뚜렷해진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글로벌 AI 활력 지수'에 따르면 미국이 78.60점으로 1위, 중국이 36.95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인도가 21.59점으로 3위, 한국은 17.24점으로 4위였다.
특히 우리나라의 AI 경쟁력 중 가장 미흡한 건 자본과 컴퓨팅 파워다. 연간 민간 AI 투자 규모만 봐도 미국(2천858억8천만 달러)과 중국(124억1천만 달러)에 비해 우리나라(17억8천만 달러)는 저조한 편이다. 데이터센터도 AI 가속기 탑재량과 전력망 공급 등을 고려하면 미·중에 비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AI 스타트업의 임원은 "적은 컴퓨팅 자원으로 단기간에 벤치마크 점수를 끌어올린 것은 국내 개발진의 역량을 증명한 결과"라면서도 "구글 등 빅테크와 격차 해소를 위해선 초거대 GPU 클러스터 구축과 전력망 등 국가 차원의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벤치마크 상위권이지만…'실제 돈 버는 AI' 창출해야
이번 독파모 2차 평가는 한국 AI의 가능성과 구조적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빅테크 대비 절대적으로 부족한 자본과 그래픽처리장치(GPU) 환경 속에서 효율적인 아키텍처 설계를 통해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구실의 점수'를 '시장의 생산성'으로 전환하는 것이 다음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자 AI 모델을 기반으로 제조·금융·의료 등 주력 산업에서 실제 수익을 내는지, 글로벌 개발자 풀을 얼마나 끌어들이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국내 AI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리더보드 순위가 높다고 해서 시장에서 저절로 선택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데이터 유출 방지 등 보안을 갖추고 기업의 업무 생산성 향상을 입증하는 모델만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한 상위권 국가가 됐지만 이제는 지속 가능한 컴퓨팅 자원 확보와 산업 현장의 실질적 부가가치 창출로 이 잠재력을 증명해내는 일이 중요해졌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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