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동맹국들, 美 안보 의지 의구심 커진다" 지적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작스러운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에 이어 이란 종전 협상을 중재해온 오만에 폭격 위협까지 가했다.
이란전의 수렁에 깊이 빠진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동맹국들을 향해 '화풀이'를 한 모양새라는 지적이 많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의 우방국 사이에서는 과연 미국의 외교 정책을 신뢰할 수 있는지를 두고 또 한 번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동아시아 지역에 유일하게 배치된 미군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함까지 중동으로 이동시킨 상황이다. 우방과의 관계를 경시하는 듯한 장면이 또 나타나자 인도·태평양 내 미 동맹국의 우려가 재점화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공개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연안국이자 호르무즈 해협 해상 운송 재개를 위해 이란과 협상 중인 오만을 향해 불편한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는 이란과의 협상 과정에서 오만의 역할을 질문받고는 욕설을 섞어가며 "오만이 방해한다면 나는 그들을 가차 없이 폭격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동맹인 한국을 향해 말 폭탄을 쏟아냈다. 그는 16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미연합훈련 비용 문제, 이란전에 대한 한국의 기여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관계 등을 거론하며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에게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단지 일회성 이벤트로 보긴 어렵다.
전략이 부재하고 자신의 직감에만 의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라는 것이다.
미 해군 제독 출신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는 CNN 방송에 김 위원장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과 오만에 대한 위협을 모두 이해할 수 없다며 "그런 행동들은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과 정반대"라고 꼬집었다.
물론 전통적 외교 정책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 '트럼피즘'의 핵심이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때처럼 이러한 스타일이 미국에 성과를 안겨줄 때도 있다.
그러나 이란 전쟁을 그의 뜻대로 끝내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트럼피즘의 한계도 명확하다.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이전에 상황을 잘못 판단했던 것처럼 북한과의 상황을 잘못 읽고 있을지 모른다"며 "자신과 김 위원장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생각은 첫 임기 동안 보여주기식 행사만 많고 실질 성과가 미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에 대해 미국의 지원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아시아 동맹국에 일깨워줬다고 짚었다.
일본의 토마호크 미사일 인도 지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140억달러(21조원) 규모의 대만 무기 판매안 승인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가 나왔기 때문이다.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아시아 지역 관리들로부터 훈련 축소 영향에 대한 우려를 들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아시아에서 '조용하고 끈질긴 억지력 강화'를 역설하지만 정작 아시아 동맹국과의 군사 훈련은 취소하고 핵심 무기와 해군 자산은 중동으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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