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빅벤드 공원서 일시 중단 조치…공사 재개 여부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현영복 기자 = 불법 월경을 막기 위해 국경 장벽 건설을 강력하게 추진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초당적인 반대에 부딪혀 텍사스주 빅벤드 국립공원의 국경 장벽 관련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국경 장벽 건설 업무를 담당하는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이날 텍사스주 남부 빅벤드 국립공원의 국경 장벽 관련 공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로드니 스콧 CBP 국장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빅벤드 지역을 방문해 앞으로 며칠 동안 지역 지도자와 지역 주민, 이해 당사자 등을 만나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며 "현장 평가를 하는 동안 모든 공사를 중단한다"고 말했다.
CBP는 올해 초 빅벤드 공원을 관통하는 30피트(약 9.1m) 높이의 장벽 건설 계획을 취소했다. 하지만 이 지역에 새 도로와 조명, 차량의 국경 통과를 차단하는 시설 등을 설치하는 작업은 계속 추진해왔다.
일시적인 조치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상징적인 정책 중 하나인 국경 장벽 관련 공사를 중단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현지 주민과 환경보호론자, 야당은 물론 집권당인 공화당에서조차 공사 반대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비판론자들은 빅벤드 국립공원의 험준하고 외딴 지형 자체가 이민자와 밀수업자들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새 도로 건설 등 국경 장벽 관련 공사에 반대한다. 이 지역의 국경 통과 건수는 역사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적었고, 최근 2년 동안은 더 감소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새 도로 설치 등과 같은 공사가 진행되면 미국에서 가장 맑은 밤하늘을 볼 수 있는 자연환경을 훼손해 관광객 유치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빅벤드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새 도로 공사 과정에서 고고학 유적지와 아메리카 원주민의 매장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 주지사는 지난 주말 마크웨인 멀린 국토안보부 장관과 해당 사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면서 "멀린 장관이 국립공원 내에 장벽을 설치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애벗 주지사는 지역 주민 등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새 도로 건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CBP는 국경 장벽 관련 공사가 언제까지 중단되는지, 스콧 CBP 국장이 현지에서 누구와 만날지 등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스콧 국장의 현장 평가 후 공사가 재개될지 아니면 완전히 공사가 중단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태평양에서 멕시코만까지 국경 장벽을 건설하기 위한 예산 460억달러(약 65조원)를 의회로부터 승인받은 뒤 여러 규제를 면제하면서까지 관련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youngb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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