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력 증강 속 표현은 부드럽게…무기 수출도 '방위장비 이전'으로
방위와 관련 없는 방위백서 표지 '뒷말'…보수파도 "국민 속이려는 의도" 지적
(도쿄=연합뉴스) 조성미 특파원 = '강한 일본'을 내세우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방위력 증강에 힘을 쏟으면서도 전쟁을 포기한 '평화헌법'을 가진 나라로서의 정체성과 충돌을 빚자 표현 방식 등을 순화하며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아사히신문은 9일 일본 정부가 연내 개정을 목표로 하는 3대 안보 문서와 관련해 정부 측에서 '새로운 전투(?い) 방식'이라는 용어 대신 '새로운 방어(守り) 방식'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주목받는 무인기(드론)·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전투 방식을 일본 방위력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구상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전투 방식'이라는 표현은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와 교전권 부인을 명시한 이른바 '평화헌법'을 둔 일본에서는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제 관계 전문가인 히가시노 아쓰코 쓰쿠바 대학 교수는 "'새로운 전투 방식'이라는 말에 대해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너무나 많았다. 표현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 등 정부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이나 회의에서 '새로운 전투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어 방식'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용어를 달리 쓰는 이유를 질문받자 "세계의 '새로운 전투 방식'을 그대로 일본에 도입하려는 것은 아니며 일본에 가장 적합한 전략을 구축해 나가려는 구상을 국민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3대 안보 문서 개정안에도 '새로운 방어 방식'이라는 표현을 공식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개정을 통해 방위력 증강과 방위비 확대를 노리면서 용어만 순화하는 것은 '말 바꾸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아사히가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방위력 증강이나 무기 수출 등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용어 변경을 통해 국내외 비판을 피하려 한 전력이 있다.
2022년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할 당시 일본을 공격하려는 외국 미사일 기지 등을 타격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반격 능력'으로 바꿨다.
앞서 2014년 아베 신조 정권이 전후 '국시'처럼 여겨졌던 무기 수출 금지 원칙을 폐지했을 때도 '무기 수출' 대신 '방위 장비 이전'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 방위력 증강을 주장하는 전직 방위성 고위 관계자 등 사이에서도 에두른 표현으로 비판을 무마하려는 시도가 "국민을 속이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아사히가 전했다.

'새로운 방어 방식' 표현 외에 일본 정부가 자국의 방위력과 관련된 내용을 종합해 최근 발간한 방위백서에서 자위대원이나 전차 등 방위와 관련된 이미지가 일절 없이 젊은이들이 모여 웃고 있는 모습을 표지로 쓴 것도 '꿍꿍이'가 있어 보인다고 도쿄신문이 지적했다.
위험한 업무 수행과 관련된 이미지를 배제하고 밝은 분위기의 만화를 활용, 친근감을 강조한 표지에 '이미지 조작'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것이다.
한편, NHK가 지난달 초 18세 이상 일본 국민 3천69명을 대상으로 안보 의식에 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또는 어느 정도 불안하다'는 응답이 77%를 차지했다.
불안감을 주는 국가·지역에 대한 대답(복수 응답 가능)은 '중국의 동중국해 등에서의 군사적 동향'(81%),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79%), '러시아의 군사적 동향'(78%), '대만 해협을 둘러싼 정세'(75%) 등 순으로 집계됐다.
일본의 방위력이 향후 대폭 또는 어느 정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응답자 68%가 찬성하면서도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제조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대답 역시 다수인 67%로 집계되며 비핵 3원칙 재검토 의견을 앞질렀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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