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술봉쇄 대응해 원천기술 확보에 국가역량 집중…기술자립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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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 전·현직 지도부가 여름철 비공개로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이른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 올해 기초과학과 첨단기술 전문가들을 대거 초청하면서 향후 5년간 국가 연구개발 역량을 이들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인공지능(AI), 양자기술, 우주항공, 심해 탐사 등 미국과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분야 연구자들이 대거 포함돼 중국의 '기술 자립' 전략이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싱가포르 연합조보 등에 따르면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에는 구조생물학자 스이궁 시후대 총장, 생명과학자 셰샤오량, 양자물리학자 루차오양, 물리해양학자 우리신, 고유전학자 푸차오메이 등 중국을 대표하는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초청됐다.
선저우19호 우주비행사 차이쉬저, 중국항공엔진그룹 총설계사 황웨이나, 심해 시추선 멍샹호 총설계사 장하이빈, 홍콩·주하이·마카오 대교 총설계사 쑤취안커 등 국가 전략 프로젝트를 이끄는 핵심 기술 분야 책임자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계 스웨덴인 기후학자로 지구 시스템 과학·기후 역학을 연구하는 천더량 칭화대 교수도 포함됐다.
중국 지도부는 1987년부터 전문가와 학자들을 베이다이허로 초청해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행사 주제와 초청 대상은 중국 지도부가 향후 국가 전략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지를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관영 신화통신은 올해 참석자를 '기초연구, 전략 첨단 과학기술, 중요 핵심기술, 철학·사회과학 분야 전문가 대표'라고 소개했다.
지난해에는 참석자를 '첨단 과학기술, 철학·사회과학, 기초연구 분야 전문가와 인재'라고 소개했지만, 올해는 기초연구를 가장 앞세우고 '전략 첨단 과학기술'과 '중요 핵심기술'을 별도 분야로 강조한 것이다.
기초연구를 중시하는 분위기는 중국이 지난 3월 발표한 제15차 5개년 규획(2026∼2030년)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은 15차 5개년 규획에서 AI·양자기술·제어 핵융합·생명과학·심해탐사 등을 미래 전략기술로 제시하며 반도체·산업용 공작기계·첨단 계측장비·기초 소프트웨어·첨단소재 등 이른바 '차보쯔'(목을 조르는 핵심 기술) 기술 분야에서 '결정적 돌파'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지난 4월 기초연구 좌담회에서 "기초연구는 전체 과학기술 체계의 근원이며 모든 기술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라며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 통제를 극복하려면 단기 기술 개발보다 원천기술 경쟁력 확보가 우선이라는 중국 지도부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정치대 동아연구소 딩수판 명예교수는 연합조보에 "기초연구, 전략 첨단기술, 핵심기술을 앞세운 것은 향후 중국의 연구개발 투자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신호"라며 "15·5 규획 기간 이들 분야에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기술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과학기술 분야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미국의 기술 봉쇄를 극복하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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