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개입 동시 발표하자 엔/달러 환율 155대로 급락…사흘째 개입 관측도
美, 작년부터 日환율 개입 초석?…日언론 "다카이치 확장 재정에 경고 전달"
(도쿄=연합뉴스) 이도연 조성미 특파원 = 미국과 일본 당국이 지난달 31일 엔화 약세에 대응해 엔화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이례적으로 공동 개입한 것은 엔화 가치가 약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과도한 약세를 저지해야 한다는 데 양국 이해가 일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3일 담화를 통해 지난달 31일 미국과 일본 정부가 공동으로 엔화 매수 개입을 실시했다면서 "최근 나타난 엔화의 과도한 변동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면서 "앞으로의 추가 공동 개입에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2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식 확인했다.
달러당 엔 환율은 지난달 말 164엔에 육박해 엔화 가치가 약 40년 만의 최저로 떨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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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작년 9월부터 엔저에 '촉각'…日 확장재정에 우려도
여러 통화 당국이 시점을 맞춘 동시 개입은 지금까지 금융위기나 큰 재해 발생 시 등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이뤄져 왔다.
미국과 일본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급격하게 엔화가 강세를 보이자 주요 7개국(G7)의 합의에 따라 실시한 이후 15년 만이다. 당시에는 엔화를 팔고 달러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개입이 이뤄졌다.
2011년 당시 엔화가 강세를 보인 것은 재해가 발생하면 일본 기업과 금융기관이 외화자산을 팔아 엔화 자금을 확보해두려 하기 때문으로 관측됐다.
미국과 일본이 이번처럼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엔화를 공동 매수한 것은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양국 재무장관이 엔화 매수 공동 개입을 잇달아 공식 인정한 데 이어 필요시 추가 공동 개입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번 공동 개입은 지난 5월 도쿄에서 열린 양국 재무장관 회담에서 본격적으로 조율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이 엔저 가속에 경계심을 갖고 대처하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부터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미일의 공동 개입은 양국이 작년 9월 발표한 재무장관 공동성명 내용 중 '환율의 과도한 변동이나 무질서한 움직임에 개입할 수 있다'는 문항에 따라 실시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데 '개입 용인' 조항이 일본이 아닌 미국 측 요구로 들어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이어 올해 1월 베선트 장관은 일본의 중의원(하원) 총선 전 정치적 공백으로 인한 일본 금융시장의 불안이 미국과 유럽의 금리 상승 등으로 파급될 것을 경계해 엔화 매수 개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도쿄에서 미일 재무장관 회담이 열렸던 지난 5월 미국 재무부 고위 관료가 일본 측에 긴급 회담을 요청,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적극 재정 노선에 우려를 표명했다고도 전해졌다.
◇ 美, 엔 캐리 청산 파급력·일본판 '트러스 쇼크' 우려
미국은 재해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환율을 시장 수급에 맡겨야 한다는 원칙 아래 외환시장 개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에 일본과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일본에서 엔화 약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상승이 계속될 경우 이후 미국 금융 시장 등에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그간 초저금리에 엔화를 빌려 미국 국채와 증시 등에 투자하던 투자자들이 투자 자금을 회수해 갈 수 있다.
이 같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일어나면 미국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국채 금리는 상승하며,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고 주가에 하락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이와 연동된 미국 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상승하게 되는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피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헤지펀드 경력을 가진 베선트 장관은 영국 파운드화 위기와 아시아 통화 위기 당시 막대한 자금을 가진 헤지펀드가 특정 국가의 통화를 상대로 대규모 매도·매수 공세를 폈을 때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이번 엔화 환율 개입의 주역을 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당국은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가 취임 직후 '감세를 통한 경제성장'을 내세우며 70조 원 규모에 육박하는 감세안을 낸 뒤 국채 금리 급등으로 이어진 '트러스 쇼크'가 다카이치 정권에서 재연될까 경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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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율 개입 효과 이어질까…9월 日 금리 인상 '주목'
3일 가타야마 재무상이 미국과 일본의 동시 개입을 정식으로 발표한 뒤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
이날 오전 엔/달러 환율은 전 주말 대비 달러당 3.71엔 떨어지는 등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다만, 환율은 다시 올라 오후 5시 기준 달러당 156엔 후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오전 한때 갑작스러운 엔고가 진행되자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미일 양국이 개입 의지의 진정성을 나타내기 위해 추가 개입을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가타야마 일본 재무상은 "개입 여부는 말씀드리지 않는다"며 추가 개입 여부에 함구했다.
시장에서는 미일 당국이 지난달 30일 밤부터 이달 1일 새벽에 걸쳐 간헐적으로 엔화 매수·달러 매도 개입을 한 데 이어 3일에도 사흘째 개입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만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조처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이번 연쇄 개입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의 투자 자문사 클락타워 그룹의 에릭 월러스틴 전략가는 닛케이에 "미일 당국은 지금까지의 개입 효과가 일시적이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몇분기 동안 개입이 더 빈번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다만 금리 인상 가속화 등 정책 변경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지속성은 제한적"이라며 "일본은행이 금리를 중립 금리 수준에 가깝게 조정할 수 있고 원유 가격이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전 수준까지 하락한다면 달러당 155엔 정도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미 브루킹스 연구소의 로빈 브룩스 연구원은 "엔화 약세 압력의 근본적 원인은 과도한 부채이며, 환율 개입을 해도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베선트 재무장관의 지원 사격을 단순히 '우정의 근거'로 보는 것은 경솔한 판단이라며 28년 전 미국과 일본이 이번처럼 엔화를 공동 매수한 1998년 미국이 하시모토 류타로 정권에 금융기관 부실채권 정리를 강력히 요구한 전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베선트 장관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지연을 최근 엔저 가속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에서 미국 측이 일본의 금리 인상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베선트 장관은 환율 개입이 이뤄진 이후인 지난달 31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8월 말 주요 20개국·지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를 만나는 것이 기대된다"는 발언을 남겼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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