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도 안 돼 박물관 3곳 털려…문화부, 33개 대책 마련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최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프랑스에서 박물관 세 곳이 털려 문화부가 대응책을 내놨다.
27일(현지시간)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이달 5일 새벽 프랑스 동부 빙겐쉬르모데르의 랄리크 박물관에 망치를 든 절도범들이 침입했다.
이들은 10분 만에 진열장 6개를 부수고 보석류 27점을 훔쳐 달아났다. 피해 규모는 약 450만 유로(약 74억원)로 추산된다.
나흘 전인 이달 1일엔 남부 소도시 몽탕의 고고학센터에서도 야간 침입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들은 보물실에서 기원전 50년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금화 약 40개를 훔쳐 달아났으며 피해액은 12만 유로(약 2억원)를 넘는다.
가장 최근인 지난 24일엔 중부 코트도르의 샤티용 지역 박물관이 표적이 됐다. 검은 옷을 입고 가발을 쓴 두 명의 절도범이 오전 10시30분께 박물관에 침입해 망치로 진열장을 부수고 기원전 500년경 켈트족 유물인 황금목걸이를 훔쳐 갔다. 480g의 순금으로 만들어진 이 목걸이는 문화재적 가치 때문에 값을 매길 수 없는 유물이다. 범인들은 이후 전동 킥보드를 타고 도주했다.
프랑스 사법경찰 산하 범죄정보기관은 24일 작성한 비공개 보고서에서 프랑스 내 박물관 절도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가을부터 박물관 절도가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 잠시 소강상태에 들었다가 7월 들어 다시 지난해 가을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루브르 박물관 절도 사건 이후 보안이 강화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범행이 다시 기승을 부리는 양상이라는 것이다.
절도범이 노리는 물건은 대체로 비슷하다. 도난품은 대체로 금, 귀금속, 보석류에 집중돼 있어 예술품 자체보다 금속의 가치에 초점을 맞춘 범행으로 분석된다.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이런 절도가 점점 조직화·분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후 의뢰인이 암호화 메신저나 다크웹을 통해 실행조를 모집하는 식이다.
한 경찰관은 "요즘엔 보안이 강화되고 맞춤형으로 설계된 유명 보석상보다 박물관을 표적으로 삼는 게 더 쉽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프랑스 문화부는 박물관 절도가 잇따르자 전국 박물관의 경비를 대폭 강화하기 위한 33가지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문화부는 우선 절도에 취약한 소장품들을 새로운 보안 시스템이 구축될 때까지 안전한 장소로 옮기거나 전시 위치를 바꿀 예정이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총 3천만 유로(약 498억원)를 투입해 관련 작업을 진행한다.
또 박물관장들의 평가 항목에 안전 관리 실적을 반영해 경비를 최우선 과제로 자리 잡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보안을 특별한 업무가 아닌 일상적인 운영의 일부로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박물관 보안 요원들을 대상으로는 새로운 범죄 유형에 대응하는 교육을 실시해 범인들의 침입을 최대한 지연시키고, 침입 시에도 신속한 대응으로 도주를 늦춘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박물관의 안전 수준을 점검하기 위해 경찰관의 불시 점검도 확대할 예정이다.
문화계 일각에서는 명작을 보호하기 위해 복제품을 전시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카트린 페가르 문화 장관은 그러나 "복제품은 절대 원본을 따라갈 수 없다. 명작을 수장고에 보관하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우리 임무는 명작을 대중과 공유하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