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부총재가 대행 맡아…전문가 "투자자 신뢰 회복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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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올해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증시마저 폭락한 인도네시아에서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중앙은행(BI) 총재가 갑자기 사임하자 BI의 독립성에 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프라세티요 하디 인도네시아 국가비서실 장관(국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페리 와르지요 BI 총재의 사임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페리 총재는 지난 25일 개인적 사유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프라보워 대통령에게 밝혔으며 이후 데스트리 다마얀티 BI 수석 부총재가 총재 대행으로 임명됐다.
페리 총재는 2018년 조코 위도도 대통령 집권 때 처음 BI 총재로 임명됐으며 2023년 두 번째 5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안정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고 관리한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두 번째 임기 종료를 2년 앞두고 갑자기 사임했으나 구체적 사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새 총재는 대통령이 후보자 명단을 의회에 제출해 적격성 심사를 받은 뒤 임명된다.
프라세티요 장관은 "대통령이 아직 (새 총재)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페리 총재의 사임으로 그동안 우려를 낳은 BI의 독립성이 더 약화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올해 들어 인도네시아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과 미국 달러화 강세 여파로 자국 통화 가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고, 증시도 30%가량 폭락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2월 말 중동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도 주식 시장 투명성 문제와 BI의 독립성에 관한 투자자들의 우려로 약세를 보였다.
올해 1월 프라보워 대통령은 2024년 당선인 신분일 때 재무부 차관으로 임명해 논란을 빚은 그의 조카를 BI 부총재 자리에 앉혀 BI의 독립성에 관한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인도네시아 의회가 BI의 권한을 경제 성장 책임으로까지 대폭 확대하고, 의원들이 그 성과를 평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는 정치권이 BI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는 프라보워 대통령의 경제 성장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정치권이 BI의 정책 결정에 개입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낳았다.
인도네시아 싱크탱크인 경제법연구센터 소속 비마 유디스티라 아디네가라 이사는 "페리 총재의 사임 이후 예상되는 상황은 BI의 독립성 약화"라며 "특히 통화 정책 방향이 행정부 통제를 받는 상황에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게 절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BI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지속하는 한 후임자를 내부에서 대체하더라도 그의 임기 또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만디리 증권 소속 수석 경제 전문가인 랑가 칩타도 "고정된 임기는 BI 총재를 외부 영향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취지인데 조기 사임은 그 BI의 독립성을 시험하는 것"이라며 "임기 중 사임은 투자자들이 정책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그러나 데스트리 부총재는 "BI는 성장에 유리한 경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루피아화와 금융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항상 의무와 권한의 연속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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