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대응 실패·호네부토 쇼크 등 영향…자민당 "원인 분석 중"
(도쿄=연합뉴스) 조성미 특파원 =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인기가 중동사태로 촉발된 고물가 대응과 확장재정 고수의 적절성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흔들리고 있다.
22일 마이니치신문과 지지통신이 각각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모두 50%를 밑돌았고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는 한 달 전의 51%보다 10%포인트 하락한 41%로 집계됐다. 모두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다.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로 일본 내 생활물가가 빠른 속도로 뛰는 데다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압박까지 더해지는데 일본 정부가 묘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불만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여당이 왕족 수 확보를 목표로 '황실(왕실)전범'을 개정하며 여성 왕위 승계를 사실상 배제한 것과 자국 국기인 일장기를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국기손괴죄' 법안을 밀어붙인 것도 국민 이해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지지율 하락을 의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하락한 데 대해 "홍보본부를 중심으로 요인을 분석하고 있다"며 여론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다만 "꽤 큰 폭으로 내려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라며 지지율 하락을 교훈으로 반전을 모색하겠다는 생각을 덧붙였다.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같은 날 회견에서 "개별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한 언급은 삼가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중동 정세가 물가 동향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고 국민 생활과 경제 활동에 영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내각의 경제 정책이 국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음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해 "물가 상승 대책이 늦어 기대를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다카이치 정권, 끝의 시작?'이라는 제목 기사에서 당내 기반이 약한 다카이치 총리에게 높은 지지율은 당내 구심력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필수라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내각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겠다고 지난 21일 확정, 발표한 '경제재정 운영·개혁 기본 방침'(호네부토 방침)이 확장 재정에 대한 우려로 엔화 약세와 채권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불안도 다카이치 정권 지지율 하락의 요인으로 꼽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호네부토 방침이 처음 기안될 때부터 이례적인 정책 입안 과정을 거쳤다고 전했다.
일본 경제정책 수립의 핵심 주체였던 재무성을 배제한 채 다카이치 총리 주변의 '경제 참모팀'이 주축이 돼 마련한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호네부토 방침에서 재정 건전성 문구가 빠지고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고유 권한인 금리 정책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를 담은 것으로 알려지자 일본 장기 국채 금리가 30년 만에 최고로 치솟는 등 '호네부토 쇼크'가 일어났다. 결국 다카이치 내각은 방침 내용을 중간에 수정했다.
닛케이는 "재무성에서 탈환한 주도권을 마음껏 활용한 최초의 호네부토 방침이 아이러니하게도 시장과 다카이치 총리와의 괴리감만 돋보이게 했다"고 꼬집었다.
21일 호네부토 방침이 각의(국무회의)를 통과한 뒤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63.24엔으로 39년 7개월 만의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호네부토 방침이 확정되고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홍해 봉쇄를 위협한 데 따른 엔화 약세로 풀이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식품 소비세율을 한시적으로 1%로 낮춘다는 공약을 내년 4월부터 시행하며 고물가에 대한 국민 불만을 잠재운다는 구상으로 알려졌지만, 감세 확대가 또다시 채권 금리 상승과 엔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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