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10년째 일한 백악관 직원, 베팅사이트서 1억5천만원 벌어
백악관 "트럼프 결정으로 해당 직원 무급 휴직으로 전환"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미국 예측시장에서 정부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돈을 번 사람 중 한 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원고 담당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가브리엘 페레즈 대통령 부보좌관 겸 기술고문을 예측시장 칼시(Kalshi)에서 내부자 거래를 한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이 16일(현지시간) ABC·CNN 방송 등에 전했다.
미국에서 성행하는 예측시장은 특정 정치·사회적 사건과 관련한 예측에 돈을 거는 플랫폼이다. 가령 미군이 이란을 공습할지, 또는 언제 공습할지를 놓고 참가자들이 베팅하는 곳으로 폴리마켓과 칼시 등이 대표적이다.
페레즈는 대통령이 연설할 때 연설 원고를 띄우는 텔레프롬프터 담당자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어떤 단어나 문구를 쓸지 예측하는 '언급시장'(mention markets)에서 베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은 마지막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경우가 많은데, 페레즈는 연설문 최종본을 볼 수 있는 소수의 보좌진 중 한 명이라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레즈만이 자신의 텔레프롬프터를 조작할 수 있다면서 10년 동안 그를 신임해왔고, 그의 연봉은 17만5천달러(약 2억5천만원)로 백악관에서도 높은 편이라고 한다.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미리 알고 있는 페레즈는 언급시장에서 쉽게 돈을 딸 수 있는 위치인 셈인데, 그가 칼시에서 번 돈은 10만달러(약 1억5천만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칼시 측은 성명을 통해 "우리 감시팀은 이 (페레즈의) 거래를 적발해 CFTC에 넘겼다"고 밝혔다. CFTC는 페레즈를 조사하는지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ABC는 페레즈가 수익금을 반환하는 조건으로 CFTC와 합의를 시도하고 있으며,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은 그를 형사 입건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페레즈가 무급 휴직으로 전환했다면서 "대통령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올해 들어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예측시장에서 백악관 직원들이 내부자 거래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처음 규명된 사례라고 CNN은 전했다.
페레즈의 사례는 트럼프 행정부 전체로 넓혀 보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페레즈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원고만 미리 알 수 있었지만, 예측시장에서의 내부자 거래 의혹은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 게시글 관련, 또는 베네수엘라·이란 군사작전 관련 군 관계자 및 배우자 등 전방위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월에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축출 작전 정보를 이용해 폴리마켓에서 약 40만달러의 수익을 올린 혐의로 미군이 체포된 바 있다.
예측시장뿐 아니라 주식시장과 원유 선물시장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등을 앞두고 비정상적인 거래 증가가 포착돼 백악관이 직원들에게 투기 행위를 삼가도록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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