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보도…엔비디아·테슬라 등 21개 업체 주식 산 뒤 호의적 언급
트럼프, 대통령 주식거래 제한 입법 반대…백지신탁 않고 아들 운영 신탁에 맡겨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권영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대 기술기업 등 20여 회사의 주식을 매입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당 기업을 호평하는 글을 여러 차례 게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례 재산공개 내역에 담긴 주식 거래 기록과 SNS 트루스소셜 게시물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결과 이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AI 분석 결과를 기자들이 검토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주식을 매입하고 1주일 이내에 해당 기업이나 경영진, 제품을 호의적으로 언급하는 글을 올린 패턴은 21개 기업에 걸쳐 44차례 확인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엔비디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15일 엔비디아의 미국 내 AI 슈퍼컴퓨터 구축 계획을 언급하며 "필요한 모든 허가가 신속히 처리돼 엔비디아에 발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보다 며칠 앞서 엔비디아 주식 20만∼50만 달러 상당을 사들인 상태였다.
지난해 3월에는 테슬라 주식을 1만7천 달러어치 매입하고 며칠 뒤 백악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사이버트럭을 비롯한 테슬라 차량을 살펴보는 영상을 게시하고 테슬라의 미국 내 생산 확대를 홍보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 CEO와 불화설이 있던 지난해 여름 테슬라에 대한 정부 보조금 삭감이나 머스크 CEO의 추방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안 테슬라 주식을 계속해서 매입했다.
이어 지난해 7월 23일 테슬라 주식 50만∼100만 달러(약 7억5천만∼15억원) 상당을 사들이고 나서 그 이튿날 테슬라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할 뜻이 없음을 밝히면서 "일론과 우리나라 내 모든 기업이 번창하기를 바란다"고 갈등을 해소하는 글을 게시했다.
GE 에어로스페이스와 일라이 릴리, 애플 등의 주식을 매입하고 이틀 뒤 세 회사를 한꺼번에 언급한 사례도 있었고, 배우 시드니 스위니를 모델로 한 아메리칸 이글 청바지 광고가 논란이 됐을 당시에는 해당 기업의 주식 매수 이후 "청바지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고 적기도 했다.
그는 취임 이전인 지난해 1월에도 US스틸 주식을 사들인 당일 트루스소셜에 자신이 계획 중인 관세 조치가 US스틸을 더 가치 있는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주식을 매입하고 나서 해당 기업을 악평한 사례도 관찰됐다.
방송·통신회사 컴캐스트의 주식을 산 이후 해당 기업과 산하 채널인 NBC·MSNBC를 비판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 주식을 매수한 이후 MS가 바이든 행정부 출신 인사를 기용한 사실을 비난하는 등 이와 같은 사례는 8개 기업 17차례로 파악됐다.
또 전투기 F-22 랩터를 "역대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전투기"라고 언급하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전투기의 생산에 관여한 RTX와 보잉, 노스롭 그루먼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같은 날 전투기의 주생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의 주식을 매도하는 등 매수·매도가 엇갈린 사례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식 거래를 활발하게 하면서 트루스소셜 글도 자주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올린 SNS 게시물은 6천 건 이상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계좌 관리자들은 같은 기간 2만 건 이상의 주식 거래를 진행했다.
다만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자산 가치를 높이려고 특정 기업에 대해 게시물을 올렸다는 증거는 없으며, 주식 거래 대부분은 관련 트루스소셜 게시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도 언급했다.
안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은 '독립적인 제삼자 금융 기관이 관리하는 전적으로 재량에 따라 운용되는 계좌'에 보관돼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오로지 미국 국민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딜런 헤드틀러고데트 정부감시프로젝트 정책·정부 업무 담당 임시 부사장은 이처럼 주식 매매와 SNS 게시물 작성을 병행한 행태 자체가 "대통령의 이해 상충에 관한 전형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거래를 지시하지 않더라도 "부적절해 보이는 인상이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서서히 갉아먹게 된다"고 주장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재임 중 자신의 자산을 백지 신탁했기 때문에, 자신의 계좌에 어떤 특정 주식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산을 아들인 도널드 주니어가 수탁자로 있는 신탁에 맡겨 개별 주식의 보유 및 거래 명세를 마음만 먹으면 알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 의회에서는 대통령의 주식 거래를 제한하는 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공화당 소속 조시 홀리 상원의원(미주리)이 지난해 민주당과 손잡고 대통령과 의원들의 주식 매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지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후 의회에서는 대통령을 제외하고 의원들의 주식 거래만 제한하는 법안에 대해 논의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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