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유층, 트럼프 연계 재단·단체에 거액 투척…후원자 공개도 제한적
일부 기업, 이권 앞두고 거액 후원…WSJ "모금·집행 세부사항은 비밀 싸여"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임기 들어 전례 없는 규모의 모금 활동을 벌이며 대기업과 부유층으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아 트럼프 본인과 측근이 통제하는 단체나 기관에 쌓아둔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가 트럼프 대통령 관련 단체의 재무 공시와 기부자 인터뷰 등을 토대로 분석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24년 미 대선 이후 트럼프 관련 단체에 흘러간 기부금과 각종 후원금 모금액은 최소 7억8천195만 달러(약 1조1천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당수 단체는 후원자 명단을 완전히 공개하지 않아 실제 모금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추정했다.
가장 큰 규모는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인 '마가 주식회사'(MAGA Inc.)로,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후보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설립됐다.
2024년 11월 대선 이후 모금액으로 3억9천300만 달러를 모았으며, 지난 5월 말 기준 자금 보유액은 여전히 3억8천200만 달러에 달한다.
담배회사 레이놀즈가 총 800만 달러를 기부했는데, 이 가운데 500만 달러는 가향 전자담배 규제 완화 결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크립토닷컴의 모회사(포리스닥스)는 3천5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 회사는 가상화폐 규제 명확화를 위한 입법을 요구해왔다.
WSJ은 2025년 초부터 지난 5월까지 이 슈퍼팩의 자금 사용액이 1천40만 달러에 불과하다며 남은 자금이 올해 중간선거나 트럼프 대통령 퇴임 이후 어떻게 쓰일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 큰 규모는 트럼프의 취임식을 위해 설립된 '트럼프-밴스 취임위원회'로, 총 2억4천100만 달러가 모였다.
100만 달러 이상 기부자만 130곳이 넘으며 최대 후원자는 양계업체 필그림스프라이드와 암호화폐 기업 리플 등 기업들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도서관 건립을 위해 만들어진 트럼프 도서관 재단은 최소 1억300만 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단 이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에릭 트럼프가 맡고 있다.
WSJ은 ABC뉴스, 메타, 파라마운트 등 3개 기업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소송 합의금의 일환으로 국고나 제3기관이 아닌 이 재단에 자금을 후원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소프트뱅크도 올해 초 5천만 달러를 이 재단에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셔널몰 트러스트는 백악관 연회장 건립을 위한 민간 기부금 창구로 활용됐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방산업체 팔란티어 등이 기부했으며, 다수 후원자가 지난해 10월 트럼프와의 비공개 만찬에 초청받았다.
시민단체 퍼블릭시티즌 분석에 따르면 연회장 건립 기부자들은 최근 몇 달간 500억 달러 이상의 정부 계약을 따낸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유튜브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소송의 합의금 명목으로 2천200만 달러를 이 트러스트에 지급하기로 했고,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은 백악관 헬기 이착륙장 건설을 위해 약 500만 달러를 내기도 했다.
이 밖에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프리덤 250', 트럼프 대통령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케네디 센터', 워싱턴 골프장 부지에 조성되는 '미국 영웅의 정원' 관련 재단, 트럼프 연계 비영리기구 '시큐어링 아메리칸 그레이트니스' 등도 트럼프 대통령의 자금 네트워크에 포함됐다고 WSJ은 소개했다.
WSJ은 "많은 경우 자금이 어디서 왔는지, 사용처가 어딘지 세부 사항이 비밀에 싸이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직 수행의 핵심 부문에서 중요 역학관계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대중이 알 수 없게 하는 큰 간극을 남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 대변인실의 데이비스 잉글은 WSJ에 "트럼프 대통령은 모금부터 지지 선언, 미국 우선주의 정책 실현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치에서 가장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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