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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축구 이상의 라이벌전 승리…부에노스아이레스 전체가 축제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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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축구 이상의 라이벌전 승리…부에노스아이레스 전체가 축제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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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 축구 이상의 라이벌전 승리…부에노스아이레스 전체가 축제무대
    월드컵 결승보다 간절했던 잉글랜드전…아르헨 시민들 "절대 질 수 없어"
    전쟁 등 악연에 "역사와 자존심이 걸린 경기"·"정체성과 연결된 경기"
    막판 극적 역전승에 거리로 시민들 쏟아져나와 국기 흔들고 폭죽·함성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15일(현지시간) 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전 킥오프를 30분 앞둔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했다.
    평소 사람들로 북적이던 상점들은 하나둘 셔터를 내렸고, 카페와 식당도 영업을 서둘러 마무리했다. 자동차 경적으로 가득하던 도심은 적막에 휩싸였고, 거리에는 사람 대신 아르헨티나 국기만 바람에 흔들렸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잉글랜드와의 월드컵 준결승은 단순한 축구 경기가 아니었다.
    19세기 영국의 아르헨티나 침략 시도부터 1982년 말비나스(영국명 포클랜드) 전쟁까지, 양국의 역사적 갈등은 축구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특히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디에고 마라도나가 '신의 손'과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세기의 골'인 60m '환상 드리블' 득점포를 앞세워 잉글랜드를 무너뜨린 장면은 지금도 국민적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1986년 월드컵 결승전은 상대가 어느 팀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해도 잉글랜드를 꺾은 8강전은 모두 기억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회사원 마르코스(34)는 경기 시작 전 연합뉴스와 만나 "결승전은 져도 축구니까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잉글랜드전만큼은 절대 져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역사와 자존심이 걸린 경기"라고 말했다.




    경기는 예상대로 거칠었다.
    월드컵 무대에서 숱한 명승부를 펼쳐온 두 팀답게 시작부터 몸싸움과 신경전이 이어졌고, 전반에만 모두 19개의 파울이 선언될 정도로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팽팽하던 균형은 후반 10분 잉글랜드의 앤서니 고든이 선제골을 넣으며 깨졌다.
    벼랑 끝에 몰린 아르헨티나는 총공세에 나섰지만, 번번이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패색이 짙어가던 경기 막판 또 한 번의 극적인 역전 드라마가 시작됐다.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리오넬 메시의 절묘한 도움을 받아 엔소 페르난데스가 동점골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바꾼 것이다.
    곧이어 후반 추가시간 2분에 또다시 메시의 어시스트로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경기장은 물론 아르헨티나 전체가 들끓기 시작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부 오벨리스코를 향해 몰려든 사람들은 국기를 흔들고 노래를 부르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자동차들은 쉴 새 없이 경적을 울렸고, 거리는 폭죽과 함성으로 가득 찼다.

    거리에서 만난 루시오(20)는 "이번 경기는 그냥 축구가 아니다. 우리의 정체성과도 연결된 경기"라며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는데 승리해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빅토리아(18)는 "잉글랜드와의 역사를 생각하면 매우 특별한 경기"라며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인 만큼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꿈이 이뤄졌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리엘(46)은 "이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오늘 경기는 결승전보다 더 중요했다"며 "이제 단 한 경기만 남았다. 반드시 우승컵을 들어 올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눈시울을 붉힌 아나(65)는 "메시는 이미 카타르 월드컵 우승으로 우리 국민에게 가장 큰 기쁨을 선물했다"며 "결승 결과와 상관없이 그는 영원한 우리의 영웅"이라고 말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이제 스페인과 우승컵을 놓고 마지막 승부를 가린다.
    메시를 앞세운 아르헨티나와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스페인의 월드컵 결승전은 20일 오전 4시(한국시간) 미국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sunniek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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