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알파벳 거액투자에 "내가 개시하고 에이블이 최종결정"
"모두가 도박 선호할 때 가치 찾기 어려워"…시장 상황에 일침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투자의 구루(스승)'로 불리는 워런 버핏(94) 버크셔해서웨이(이하 버크셔) 이사회 의장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2019년 사망)과의 관계를 "불쾌하다(distasteful)"고 평가했다.
버핏은 미 CNBC 방송이 15일(현지시간) 공개한 인터뷰에서 게이츠가 설립한 자선·연구지원 재단인 게이츠재단에 대한 연례 기부를 중단한 배경과 관련해 이처럼 말했다.
버핏은 엡스틴과 관련한 게이츠의 처신에 대해 "불쾌하지만, 그가 실수를 저지른 것이긴 하지만, 나 역시 사람을 고용하거나 친구를 선택했다가 시간이 지나 생각했던 것과 다른 사람이었음을 깨닫는 실수를 해본 적은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 실수가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버크셔는 전날 버핏의 연례 기부 명단을 발표하면서 2006년 이후 이어온 게이츠재단에 대한 대규모 기부를 중단했음을 알렸다.
게이츠는 지난 2004년부터 2020년까지 10여년 간 버크셔 이사회 이사를 지냈고, 버핏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버핏은 그동안 게이츠재단에 470억 달러(약 70조원) 이상 규모의 버크셔 주식을 기부해왔다.
게이츠와 엡스틴 사이의 친분은 올해 초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틴 관련 수사 기록, 이른바 '엡스틴 파일'에 포함된 두 사람 간 서신 교환으로 구체적으로 드러난 바 있다.
게이츠는 엡스틴과 교류 사실이 알려지며 명성에 타격을 입었고, 엡스틴과의 관계에 대해 증언하기 위해 지난달 10일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하기도 했다.
버핏은 게이츠와 여전히 연락하고 지내며, 3주 전 게이츠가 자신이 머무는 오마하에 방문해 함께 몇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앞서 버핏은 지난 3월 말 인터뷰에서는 엡스타인과 게이츠의 교류 사실이 불거진 이후 게이츠와 전혀 대화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버핏은 최근 버크셔가 구글 모회사 알파벳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에 대해선 후계자인 그레그 에이블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내가 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은 "그(그레그)와 나는 서로 동의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 우린 항상 소통하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그레그"라고 말했다.
앞서 알파벳은 지난달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800억 달러(약 120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버크셔는 제삼자 배정 방식으로 100억 달러(약 15조원) 규모의 알파벳 주식을 인수했다.
월가 안팎에서 AI 관련 주식의 거품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치투자를 중시하는 버크셔의 알파벳 주식 대규모 인수는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버크셔는 그동안 애플을 제외하고 기술주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다는 점에서 에이블이 이끄는 버크셔가 변화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버핏은 AI 경쟁에서 요구되는 막대한 자본투자가 알파벳이나 경쟁기업들이 직면한 핵심 이슈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글과 경쟁사들은 현재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으며 그들이 쏟아붓는 돈은 진짜 돈"이라며 "그들은 과거에 소프트웨어를 두고는 이런 경쟁을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최근 주식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모두가 도박을 선호할 때는 가치를 찾기가 어렵다"라고 했다.
앞서 버핏은 지난 5월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의 투기 열풍을 비판하며 "사람들은 교회와 카지노에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데, 카지노보다 교회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긴 하지만 카지노가 매우 매력적으로 변해버렸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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