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체에 매각도 난항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노조와 정치권 반대에도 대대적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독일 자동차회사 폭스바겐그룹이 공장 폐쇄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시간) 일간 빌트 인터뷰에서 "공장들을 닫는 것보다 현명한 해결책이 있다"며 "작년 한해 동안만 독일 내 공장 비용을 평균 20% 절감했다. 이는 커다란 진전"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사업 환경이 요즘처럼 까다롭고 위험했던 적은 없었다"며 공장 폐쇄를 제외한 비용 절감은 계속 추진할 의사를 내비쳤다.
블루메 CEO는 기존 목표 5만명을 포함해 약 10만명의 감원이 필요하고 독일 내 공장 4곳도 추가 구조조정 대상이라고 13일 확인했다.
슈피겔 등에 따르면 블루메 CEO는 이날 회사 내부망 공지에서 폭스바겐의 간접비용이 다른 자동차업체보다 20% 많다면서 "노동비용에 변화가 없을 경우 전세계에서 약 5만개의 일자리를 줄여야 한다는 게 이론적 계산"이라고 했다.
그는 산하 모든 브랜드와 자회사에서 어느 정도 인력 조정이 필요하고 가능한지 파악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엠덴, 하노버, 츠비카우, 네카어줄름 공장에서 2030년대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만큼 생산 물량을 보장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그룹은 전세계 직원 65만7천명의 15%인 10만명을 감원하고 독일 공장 4곳을 추가로 폐쇄할 방침인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이는 직원 5만명을 줄이고 공장 2곳에서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는 기존 구조조정 목표에서 대폭 확대된 것이다. 경영진은 지난달 26일부터 쏟아진 이같은 보도에 그동안 언급을 거부해 왔다.
회사 측은 지난 9일 경영 감독기구인 감독이사회에서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1천만대에서 900만대로 줄이고 모델 라인업을 단계적으로 최대 50% 줄이는 방안을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지 언론들은 이사회에 참여하는 직원 대표와 2대 주주인 니더작센 주정부가 블루메 CEO가 제시한 비용 절감 방안을 표결로 부결시켰다고 보도했다. NDR방송은 다음 감독이사회가 열리는 9월 중순까지 노사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노조는 2024년 3만5천명 감원, 독일 내 공장 2곳 생산 중단을 골자로 하는 비용절감안에 동의했으나 대폭 늘어난 이번 구조조정 계획에는 반대하고 있다. 중도진보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이 연립정부를 꾸린 니더작센주도 일자리와 생산시설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라프 리스 니더작센 주총리는 "공장 폐쇄를 간단한 해결책으로 삼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공장 폐쇄를 피하는 방안으로 방산업체에 공장을 넘기거나 지금까지 중국에서만 생산한 모델을 독일 공장에서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논의된 공장 매각은 난항을 겪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4년 이미 생산 중단이 결정된 오스나브뤼크 공장을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에 파는 방안을 두고 협상했으나 결렬됐다.
또 다른 인수 후보로 언급된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 라파엘 어드밴스트 시스템스와 거래는 그룹 지분 10.4%를 보유한 3대 주주 카타르투자청(QIA)이 반대하고 있다. 카타르 정부는 가자지구 전쟁 휴전을 중재했으나 이스라엘과 공식적으로 외교 관계가 없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카타르 도하에 정치국 사무실을 두는 등 이스라엘과 껄끄러운 관계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오픈카 대신 무기를 생산한다는 구상이 이론처럼 쉽지 않다"며 "폭스바겐이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을 둘러싼 싸움뿐 아니라 지정학적 격변에 얼마나 깊이 휘말릴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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