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사이테크+] 식물 뿌리도 썩은 식물 피한다…"새 방향성 '부생굴성' 발견"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사이테크+] 식물 뿌리도 썩은 식물 피한다…"새 방향성 '부생굴성' 발견"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사이테크+] 식물 뿌리도 썩은 식물 피한다…"새 방향성 '부생굴성' 발견"
    오스트리아·中 연구팀 "부패 식물 주변 pH 기울기 감지해 성장 방향 전환"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식물은 움직일 수 없지만 빛이나 물을 감지해 성장 방향을 정하는 굴성(tropism)이 있다. 굴광성·굴수성 같은 특성 외에도 식물 뿌리는 썩어가는 식물 잔해를 피해서 자라는 성질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트리아 과학기술연구원(ISTA) 이르지 프리믈 교수와 중국 서북농림과기대 장위저우 교수팀은 10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식물 뿌리가 썩은 식물에서 나오는 화학 신호를 감지, 반대 방향으로 굽어 자라는 새로운 굴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애기장대뿐 아니라 유채, 토마토, 밀에서도 이런 특성을 확인하고, 이를 '부생굴성'(saprotropism)으로 명명했다며 이는 식물 뿌리가 부패한 식물 주변을 생물학적으로 위험한 환경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식물은 다양한 굴성을 이용해 생장 방향을 바꿔 환경 변화에 적응한다. 줄기가 빛을 향해 자라는 굴광성, 뿌리와 줄기가 중력을 따라 각각 아래와 위로 자라는 중력굴성, 뿌리가 물을 향해 자라는 굴지성 등이 대표적이다.
    교신저자인 장 교수는 "동물들은 썩은 음식에 유해한 미생물이 사는 경우가 많아 본능적으로 이를 피한다"며 "움직일 수 없는 식물들이 지하에서 이와 유사한 전략을 진화시켰는지 궁금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먼저 실험 실물인 애기장대를 이용해 뿌리를 썩어가는 식물 조직과 접촉시키는 실험에서는 뿌리 길이 성장이 크게 억제됐고, 병원체 감염에 대응하는 면역·방어 관련 유전자와 신호전달 경로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는 식물 뿌리가 부패한 식물 조직을 단순한 유기물이나 영양분 공급원이 아니라 병원성 미생물이 많을 가능성이 있는 생물학적 위험 구역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부패한 식물과 일정 거리를 둔 상태에서 뿌리의 성장 방향을 관찰한 결과, 뿌리는 썩은 식물에 가까워질수록 반대 방향으로 굽어 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반응은 사과처럼 수분이 많은 과육 조직과 낙엽뿐 아니라 톱밥 같은 목질이 썩을 때도 똑같이 나타났다며 이는 뿌리가 특정 식물 조직이 아니라 식물 부패 과정 자체를 감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닭고기 조각처럼 동물에서 유래한 부패 물질에 대해서는 식물 뿌리가 특정 방향으로 굽어 자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프리믈 교수는 "이는 부생굴성이 부패 자체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이 아니라 식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화학적 신호를 선택적으로 감지해 나타나는 반응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반응은 애기장대뿐 아니라 유채, 토마토, 밀에서도 모두 확인됐다며 부생굴성이 다양한 식물에 널리 존재하는 현상일 가능성을 크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또 이런 반응을 유도하는 핵심 신호가 죽은 식물을 분해하는 곰팡이가 방출하는 유기산과 페놀산 등 산성 물질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산성 물질이 주변 토양에 퍼지면서 부패한 식물 주변에 산도(pH) 기울기가 생기는데, 식물 뿌리가 pH 기울기를 감지해 산성이 강한 쪽을 피해 자란다는 것이다.
    실제로 식물 잔해가 거의 완전히 분해돼 pH 기울기가 사라지면 뿌리도 더 이상 식물 잔해 반대쪽으로 방향을 바꾸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뿌리 표면 세포가 pH 기울기를 감지하면 식물호르몬인 아브시스산(ABA) 분포가 비대칭이 되면서 식물 잔해 쪽과 반대쪽의 생장 속도가 달라져 뿌리가 썩은 식물을 피해 굽어 자란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식물 잔해는 단순한 영양분 공급원이 아니라 뿌리가 감지할 수 있는 화학적 신호를 만드는 환경"이라며 "분해되지 않은 식물 잔해를 토양에 과도하게 섞으면 뿌리가 유해 미생물에 노출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생굴성의 분자적 기전을 이해하면 병원체가 많은 환경을 감지하고 회피하는 능력이 향상된 작물을 개발할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앞으로 '부패 회피 능력이 더 강한 품종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처 : Science, Yuzhou Zhang et al., 'Roots navigate around decay regions by sensing local pH gradients', 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w6568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