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인사 권한 크게 확대…행정부내 20여개 독립기관에 영향 미칠 전망
트럼프 "역사적 승리" 반색…연준 독립성만 중요시한 대법 판단에 "모순" 지적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 연방대법원이 정부내 독립 기관 소속 인사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대법원은 29일(현지시간) 민주당 추천 인사였던 레베카 켈리 슬로터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해임한 데 대해 찬성 6명 대 반대 3명으로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독립기관 인사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부정행위나 근무태만과 같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정책적 입장차를 이유로 해임할 수 없도록 한 1935년의 판례가 뒤집힌 셈이다.
이에 따라 현직인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대통령의 공직자 해임권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 원자력규제위원회 등 행정부 산하에 있으나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직접적이고 세부적인 통제를 받지는 않는 20여개 독립기관에 이번 판결의 여파가 미칠 것으로 뉴욕타임스(NYT)는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판결을 크게 반겼다. 그는 소설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1930년대부터 미 대통령들이 추구해온 결정"이라며 대통령의 권한과 관련해 역사상 가장 중요한 판결 중 하나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이 역사적이고 전례없는 승소를 한 현직 대통령이 된 것은 정말 큰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 해임에는 일단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이날 대법관 9명 중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쿡 이사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보수 성향 대법관 중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브렛 캐버노 대법관이 진보 성향 대법관 3명과 의견을 같이 했다.
쿡 이사에게 해명할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소송이 끝날 때까지는 이사직을 일단 지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이 해임 결정이 적법한지에 대해 판단한 것은 아니지만 금리 인하를 촉구하며 연준의 독립성에 손을 대려던 트럼프 대통령을 저지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연준에 '독특한 역할'이 있다면서 대통령이 독립기관 수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다수 의견이 연준으로 확대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설계에 있어 독립적이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독립적이라고 인식되는 것도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미국의 (그리고 전세계의) 가장 중요한 금융기관 중 하나인 연준의 지위와 관련해 대중을 불확실한 상황에 방치하거나 의구심을 심어줄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대법원이 독립기관 인사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해임권을 폭넓게 인정해주고 연준에 대해서는 독립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을 두고 모순된 판단을 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NYT는 사설에서 "연준을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은 보호될 가치가 있고 FTC의 설립 근거가 된 법은 그만한 가치가 없는 것인가"라며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도 두 판결이 심각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쿡 이사가 주택담보대출 과정에서 사기를 저질렀다며 해임을 발표했다. 연준 역사상 대통령이 이사를 해임하려 한 것은 처음이었다.

쿡 이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내가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오직 무엇이 미국 국민에게 가장 유익한지만 고려해 금리 결정을 계속해왔다는 이유를 내세워 조작된 구실로 해임을 시도한 것"이라면서 "연준이 증거와 독립적 판단에 따라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해 준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쿡 이사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내보내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비위를 저지른 인사가 미국인의 복지와 관련해 핵심적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즉각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 성향 대법관이 6명으로 진보 성향 대법관의 갑절인 대법원은 여름 휴회를 앞두고 중요 판결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30일에 휴회 전 마지막 판결 선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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