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구성한 종교자유위, '정치와 종교의 협력' 강조 보고서 초안 공개
트럼프, 중간선거 앞두고 '공산주의 대 자유' 대결 구도로 지지층 결집 호소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오랜 전통인 정교분리 원칙을 흔들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전쟁으로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핵심 지지층인 보수 기독교인을 결집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상 미국을 기독교 국가로 규정하려는 시도에 반발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설립한 연방정부 자문기구 '종교자유위원회'는 26일(현지시간) 종교의 자유 보호를 위한 보고서 초안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정교분리 원칙이 정치와 종교의 협력이라는 차원에서 이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나 학교 같은 공공의 영역에서 종교적 표현과 행위가 존중받고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미국 국민은 종교를 필수적 버팀목으로 여겨야 하며 창조주를 항상 기억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교분리의 폐지를 직접적으로 주장한 것은 아니지만 공공의 영역에서 종교가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야 한다며 정교분리의 원칙에 도전한 셈이다.
미국에서는 정교분리가 헌법에 직접 명시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가 종교를 설립할 수 없다는 헌법상 문구와 연방대법원 판례를 통해 그 취지가 이어져 왔다.
게다가 종교자유위원회는 정통 유대교인 1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보수 복음주의 기독교인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가 주장하는 '종교의 자유'가 결국 '기독교의 자유'에 한정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위원회 구성을 두고 소송도 제기된 상태다.
비영리단체 '종교간연합'의 폴 라우셴부시 대표는 "기독교 민족주의자의 좁은 세계관에 따른 보고서이자 극우 성향 종교단체가 밀어붙여 온 분열적 희망사망"이라며 미국 내 종교적 다양성이 보고서에 반영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보고서에 반기독교적 편견과 반유대주의에 대한 우려는 담겨있으나 이슬람 혐오와 관련해서는 비슷한 언급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달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는 기독교 신앙을 토대로 미국이 건국됐다고 역설하는 대규모 기도회가 열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국무·국방장관 등 정관계 핵심 인사가 줄줄이 축사했다. 백악관의 지원을 받아 올해 미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를 총괄하는 단체 '프리덤 250'이 주최한 행사라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독교 국가로서의 미국'을 강조하는 것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심 지지층인 보수 기독교인의 결집이 절실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란전쟁이 밀어 올린 유가로 지지율을 적잖게 깎아 먹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일단 두차례의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한 보수 기독교인의 표심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회원 300만명의 대형 보수 기독교 단체 행사를 찾아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을 필두로 하는 민주당 내 민주사회주의자들을 '공산주의자'라 비난하며 중간선거를 '공산주의 대 자유'의 대결로 몰아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공화당의 텃밭 지역에서는 공공영역에서 기독교적 색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텍사스주에서 공립학교 교내에 십계명을 게시하도록 한 데 이어 성경이 필독서 목록에 포함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비영리단체 공공종교연구소의 멀리사 데크먼 대표는 27일 CNN에 "미국에서 종교와 정치가 뒤섞이는 현상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펼쳐지고 있다"면서 공화당 내 트럼프 대통령 강성 지지층에서 미국이 기독교 국가로 규정돼야 한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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