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中탈출 시도 결실…"한국의 변호사 접견 허용이 탈출 여정 전환점"

(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지난달 고무보트를 타고 한국 영해에 진입했다 체포됐던 중국 반체제 인사 둥광핑(董廣平·68)이 마침내 캐나다에 도착, 가족과 재회했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둥광핑은 전날 밤 토론토 국제공항에 도착, 현지에 정착한 아내와 딸을 만났다.
중국에서 탈출하기 위한 10여년간의 시도가 수많은 실패 끝에 결실을 거둔 것이다.
그는 NYT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정말 행복하다"며 "마치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둥씨는 지난달 24일 새벽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에서 소형 고무보트를 타고 출발, 약 36시간 동안 약 200㎞를 항해하다가 25일 밤 태안 앞바다에서 한 어선에 발견됐다.
해경은 그를 긴급체포,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둥씨는 한국 해경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 접견을 허용받았던 순간이 이번 탈출 여정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중국, 태국, 베트남에서의 경험을 비교하며 "(한국 당국이) 합법적인 절차를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나를 캐나다에 보내주리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고 말했다.
또 "법치주의로 운영되는 민주주의 국가라면 나를 중국으로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둥씨는 애초 계획은 일본에 도착한 뒤 캐나다로 향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보트를 몰아본 경험이 없던 그는 엔진 고장을 우려해 시속 약 5㎞의 느린 속도로 서해를 건너려 했다. 보트에는 휘발유 178L, 익힌 소고기, 크래커만 실려 있었다.
첫날은 순조로웠지만 이튿날 기상 악화로 방향 감각을 잃었고, 스마트폰도 방전됐다. 엔진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위기에 처했다.
먼바다에서 불빛을 발견한 그는 필사적으로 항해해 조업 중이던 한국 어선을 만났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이미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며 "탈진으로 죽을 뻔했다"고 회상했다.
중국 경찰과 군인으로 복무했던 둥씨는 톈안먼(天安門) 사태 관련 서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1999년 경찰에서 파면됐다. 2014년 톈안먼 추모 행사에 참여한 뒤에는 당국에 구금됐다.
이듬해 석방된 뒤 태국, 베트남 등으로 탈출을 시도했으나 중국으로 강제 송환되거나 감금됐다.
둥씨는 한국에서 출국 전 인천 난민센터에서 지냈으며, 한번은 외출 허가를 받아 서울의 전쟁기념관을 방문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역사가 궁금했고, 자신이 중국에서 받았던 선전 교육과 한국이 기록한 역사를 비교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민주화 운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둥씨는 "중국에서 입헌 민주주의 실현은 꼭 필요하다"며 "이를 여생에 내가 해야 할 일로 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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