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한 지 9년 만에 좌초…사업지분·성능 이견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프랑스·독일·스페인이 추진해온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이 지분과 사양을 둘러싼 다툼 끝에 무산됐다고 로이터·dpa통신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미래전투공중체계(FCAS)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합의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독일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전투기를 제외한 드론 시스템 개발 등 나머지 사업은 계속 추진하고 프로젝트 이름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열리는 두 나라 국방장관 회의에서 앞으로 사업 방향이 논의될 전망이다.
FCAS는 6세대 전투기에 전투용 드론, 전투 클라우드 등을 포함하는 유·무인 복합 무기체계다. 예상 사업비가 1천억유로(176조4천억원)를 넘는 유럽 역사상 최대 무기 개발 프로젝트였다.
프랑스와 독일이 2017년 라팔과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대체할 새 전투기를 개발하기로 합의했고 2년 뒤 스페인이 합류했다. 그러나 프랑스 측 참여업체인 다쏘가 전투기 사업 지분의 80%를 달라고 요구하면서 독일·스페인 측 에어버스와 갈등을 빚었다.
프랑스가 자국군 전력에 맞춰 핵미사일을 탑재하고 항공모함에 이착륙 가능한 전투기를 요구해 정부끼리도 의견이 맞지 않았다. 자체 핵무기와 항공모함이 없는 독일은 이같은 주장을 사실상 라팔 후속 모델을 만들자는 뜻으로 받아들여 반대했다. 독일 측은 전투기만 따로 만들자고 제안했으나 프랑스가 거부했다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전했다.
사업이 삐걱거리면서 독일에서는 그리펜 전투기를 생산하는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와 협력하거나 영국·이탈리아·일본의 글로벌전투공중프로그램(GCAP)에 합류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나왔다.
다쏘는 신형 전투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프랑스는 독일·이탈리아·스페인과 공동 추진하던 일명 유로드론 프로젝트에서도 최근 탈퇴했다. 프랑스는 1980년대에도 독일 등과 유로파이터 사업 논의에 참여하다가 라팔을 독자 개발한 바 있다.
슈피겔은 "가장 야심차게 추진한 유럽 방위 프로젝트가 가까운 파트너 국가 사이 산업정책 이견으로 좌초하게 됐다"며 "독일과 프랑스에 정치적으로 쓰라린 타격"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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