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도권 6만호 공급 속도…선거 기간 중단된 지자체 협의 재개
'용산 1만호 불가'·'경마공원 이전 반대'…野 시장 당선에 갈등 예고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6·3 지방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정부가 연초 발표한 1·29 공급대책 추진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지방선거 기간에 지자체와 협의가 모두 중단되면서 사업 진행이 지체됐던 까닭이다.
그러나 공급 계획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일부 자치구에 야당 현역 지자체장들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앞으로 협의 방향성에 이목이 쏠린다.

◇ 과천·용산 등 야당 지자체장 정부 계획에 반기…해법 찾아야
국토교통부는 앞서 1·29 공급대책에서 서울·과천·성남 등 수도권 도심 내 선호 입지에 주택 6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핵심 사업인 과천 경마공원(렛츠런파크) 및 방첩사 부지에 주택 9천800가구를 짓겠다는 건설 계획은 현재 과천시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신계용 과천시장은 그간 "과천의 교통, 수도, 전력, 하수처리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계획"이라며 사업 추진을 반대해왔으며, 이번 선거에서 '경마공원 이전 불가'를 1호 공약으로 내걸고 통산 3선에 성공했다.
과천에 지식정보타운을 비롯해 주암·과천·갈현·서리풀지구 등에서 택지개발 사업이 동시에 추진 중인데 신규 공공주택지구가 추가로 지정되면 기반시설 부족 등으로 정상적인 도시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다.
신계용 시장은 "경마공원은 과천을 대표하는 문화복합시설이며 향후 서울랜드,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과천과학관과 연계해 문화와 과학이 융합된 클러스터를 육성하는 데 중요한 핵심 축"이라면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시민과 함께 경마공원 이전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시장의 선거 공약이 걸린 만큼 앞으로 정부와의 논의도 급물살을 타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과천시가 입장을 선회하더라도 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교통 확충 등 획기적인 대책 마련과 보상안 마련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서 개발이 가시화될 때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부지 개발 계획을 놓고도 찬반 논쟁이 뜨거울 전망이다.
정부는 1·29대책에서 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물량을 당초 6천가구에서 1만가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실적으로 8천가구 이상은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오 시장은 선거 기간 정원오 후보 측의 공세에도 "과도하게 많은 주택을 공급할 경우 계획 전체를 다시 수립해야 해 공급이 지연될 수 있다"며 1만가구 확대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현재 용산구 주민들은 공급 가구 수를 늘릴 경우 소형 주택이나 오피스텔이 증가해 시장 가치가 떨어진다고 반발하고 있고, 교육청과는 주택공급물량 확대로 늘어나는 학령인구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1만가구를 건설할 수 있을지 미지수란 얘기다.
오 시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원구 태릉골프장(태릉CC) 개발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서울시 세운지구 개발 반대와 연계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 후 새로운 단체장들과 손발을 맞추려고 했던 정부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반응도 감지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히려 선거가 끝났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화가 오가며 이견이 좁혀질 수도 있다"며 "지자체와 지역 주민과 논의하며 진행 속도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 '공공주택 vs 민간 정비사업' 공급 주도권 놓고 갈등 전망도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승리한 강남 3구와 한강벨트 일대 등 10개 구(강남·서초·송파·용산·강동·광진·양천·영등포·동작·중구)가 대부분 아파트값이 높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추진이 활발한 곳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 요구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했다.
오 시장은 서울 시내 정비사업 지원을 확대해 오는 2031년까지 총 31만 호의 주택 공급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반면 이재명 정부의 주택 공급은 민간보다 공공 주도의 공급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수도권 6만호 공급 계획부터 최근 발표한 규제지역 내 비아파트 신축 매입임대 '6만6천호+α' 공급 계획 등이 모두 공공 주도다.
정부는 수도권 6만호 공급계획 가운데 분양·임대 물량, 공공·민영주택 공급 물량 등 세부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민간에 택지 분양을 중단하기로 한 만큼 LH 사업지는 일단 모두 공공주택으로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
LH가 사업 시행자로 확정된 과천 서리풀지구를 비롯해 역시 LH의 참여 가능성이 큰 경마공원 부지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민간 정비사업도 인허가 절차 등을 앞당겨 사업 속도를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정비사업 활성화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8·8대책에서 정비사업의 역세권 용적률을 최대 1.3배까지 늘려주겠다고 발표했다가 이재명 정부 들어 민간 정비사업에 대해선 지원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규제를 풀어달라는 서울시와 건설업계의 요구에도 부정적이다.
여기에 정치적 부담으로 중단됐던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 부과가 본격화되고, 민간 분양가 상한제 지역이 확대될 경우 시·조합원과 정부 사이의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신상진 시장이 재선에 성공한 경기도 성남시는 분당신도시 정비사업 이주지원 대책 문제를 놓고 정부와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대학교수는 "정부의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물량을 차지하는 서울과 과천시의 협조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만약 정부가 이주비 대출 규제를 지속하고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를 강행해 서울과 과천의 정비사업이 난관에 부딪힌다면 단체장들도 정부 주도의 공급대책에 쉽게 찬성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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