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월드투어…군무는 덜어내고 국악 등 한국적 요소 강조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아우른 아미들이 '공연 주인공'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김경윤 특파원 = 미니 피라미드부터 에펠탑까지 볼거리를 가득 모아놓은 세계 관광 수도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도로 곳곳에 설치된 방탄소년단(BTS) 환영 광고판, 붉은 조명으로 장식한 호텔과 관광 명소들이 한몫했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제각기 다른 빨간색 의상을 걸치고 아미밤(BTS 응원용 봉)을 흔들며 행복한 표정으로 길거리를 걷는 '아미'(BTS 팬덤)들이었다.
24일(현지시간)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BTS 월드 투어 아리랑이 열렸다.
공연장을 찾은 아미들은 정규 5집 '아리랑'의 핵심 색깔인 빨간색에 맞춰 레드 스타킹이나 헤어밴드, 티셔츠, 스커트를 걸쳤고 일부는 머리카락까지 붉게 물들이기도 했다.
이날 스타디움에 모인 아미는 총 6만명에 달했다. 여기에 공연 시작 직전 아미밤에도 붉은 조명이 켜지자 스타디움 전체가 석양에 잠긴 듯 붉게 일렁였다.

BTS는 '아리랑'이라는 앨범 제목에 맞춰 한국적인 요소를 공연 곳곳에 심어뒀다.
첫 곡 '훌리건'을 선보이기 직전에는 대형 스크린에 '아리랑' 가사를 붓글씨로 써 내려가는 듯한 연출을 선보였고, 국악과 하회탈, 승무에서 볼 법한 흰 고깔 등도 등장했다.
멤버들은 짧은 영어 코멘트와 VCR 영상 상영 시간을 빼고는 쉼 없이 무대를 이어가며 총 20여곡을 소화했다.
다만, 예전처럼 각 잡힌 군무는 볼 수 없었다.
안무로 인해 큰 사랑을 받았던 '페이크 러브'와 '블랙스완'을 선보이면서도 '칼군무' 대신 노래에 좀 더 집중하거나 자유롭게 몸짓을 더 하는 정도였다.
아미가 더 격렬하게 뛰고 구르며 공연의 주인공을 자처했다.
이들은 BTS가 입장하기 전부터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고, 노래에 맞춰 '떼창'하는 것은 물론 신나는 곡이 나올 때마다 온몸을 흔들고 제자리에서 뛰어가며 호응했다.

공연 후반부에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거나 독특한 복장을 한 아미를 조명하는 시간도 있었다.
어린 남자아이부터 노년의 여성, 남녀노소 그리고 인종의 벽을 넘어 모두가 BTS를 좋아한다는 공통 분모로 이 자리에서 만났다.
이들은 "기다렸어"라든가 "날 구해줘서 고마워"라는 감동적인 문구를 선보이는가 하면 듣고 싶은 노래를 "디제이, ○○ 틀어줘"라며 요구하기도 했다.
시애틀에서 라스베이거스 공연을 보러 왔다는 베벌리 판은 "2018년 '아이돌' 무대를 처음 보고 BTS를 좋아하게 됐다"며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절에 BTS의 유머와 미소, 음악이 외로움을 덜어줬다"고 말했다.
그는 '최애'인 슈가(민윤기)를 위해 8년 전 곡을 썼으며 최근 스탠퍼드대 공연을 계기로 유튜브에 이를 올렸다며 "그가 나를 치유해줬던 방식 그대로, 이 노래가 누군가를 치유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BTS도 적극적으로 호응해 준 라스베이거스 관객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진(김석진)은 "세상이 느려지고 풍경이 영화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지 않으냐.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며 "여러분이 열정적으로 해줘서 그런 기분이 드는 것 같다. 내일도, 모레도, 내년에도 보자"며 아쉬움 속에 재회를 기약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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