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국 파키스탄 고위급 이란 방문 후 양측 모두 합의 가능성 시사
트럼프 "이란과 합의 또는 공습 재개 가능성은 반반…24일까지 결정"
이란측, 종전 MOU 소개…핵 관련 협의 뒤로 미뤄놔 합의 성사 미지수

(워싱턴·이스탄불=연합뉴스) 박성민 김동호 특파원 = 미국과 이란 사이의 종전 협상이 주말인 23일(현지시간) 합의를 향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양측 모두 협상에 진전이 있다고 밝히고 있는 데다 이르면 이날 늦게라도 종전 합의가 발표될 수 있다는 언급까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 CBS 방송과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합의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가까워지고 있다.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뉴델리를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종전 협상과 관련해 "늦은 오늘이든, 내일이든, 며칠 뒤든 우리가 뭔가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지금 당장 여러분을 위한 뉴스는 없지만, 오늘 조금 뒤에 몇몇 뉴스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며 "나는 뉴스가 있기를 바라지만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라고도 했다.
루비오 장관은 또 "일부 진전이 있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지금도 몇몇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언급은 미국과 이란 사이의 종전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이르면 이날 중으로 양국 간 합의가 이뤄져 종전을 발표할 수 있다는 취지여서 주목된다.
전날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한 공습 재개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긴장 수위가 높아졌지만, 하루 만에 분위기가 '외교를 통한 해결'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합의에 매우 근접했지만 동시에 매우 떨어져 있다. 현재 양해각서(MOU) 최종 확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미국과의 종전안 협상에서 양측이 의견차를 좁히고 있다고 밝혔다고 이란 국영 IRIB 방송이 전했다.
바가이 대변인의 이러한 발언은 전날 "이란과 미국 사이에 의견 차이가 매우 크다"고 지적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변화한 것이다.
바가이 대변인은 양국 사이에서 핵심 중재 역할을 하는 파키스탄의 무니르 총사령관의 테헤란 일정과 관련해 "이 방문의 목적은 이란과 미국 사이의 메시지 교환이었다"고 설명, 그의 움직임을 계기로 협상에 큰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특히 종전 MOU의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까지 소개했다.
그는 이란이 제시한 14개 항의 요구에 핵, 동결자산 해제 등 의제가 모두 담겼다고 했지만, 양측이 종전 MOU에 합의할 경우 핵 사안을 논의하기까지 30일 혹은 60일의 유예기간을 둔다는 내용이 MOU 본문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현 단계에서 핵 사안과 관련한 논의는 없다"고 선을 그었던 것과 온도차가 감지되는 입장이다.
파키스탄군도 무니르 총사령관의 이란 일정을 설명하는 별도 성명을 내고 "짧지만 매우 생산적인 방문"이었다며 "고무적인 진전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파키스탄의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이란과 파키스탄이 전쟁을 종식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미국에 전달했다"며 "이들 소식통은 미국이 24일까지 이 제안에 답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란의 제안이 ▲ 공식적인 전쟁 종식 ▲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위기 해결 ▲ 더 광범위한 합의를 위한 30일(연장 가능)간의 협상 시작 등 3단계로 이뤄져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회담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휴전을 60일 연장하고 이란 핵프로그램과 관련한 대화의 틀을 마련하는 합의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이 합의에는 ▲ 호르무즈 해협의 단계적 재개방 ▲ 이란의 농축우라늄 재고 희석 또는 이전 논의 ▲ 미국의 이란에 대한 항만 봉쇄 및 제재 완화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하지만 결국 종전 MOU 체결 이후 유예기간을 더 거친 뒤 핵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한다는 게 이란의 입장이어서 양측이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이란의 핵 프로그램 금지와 신속한 무기화가 가능한 고농축 우라늄의 처리 방안 등을 종전을 위한 핵심 조건으로 내세워왔다.
아울러 바가이 대변인은 전쟁 발발 이후 민간 선박의 항행이 사실상 차단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두고선 "미국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이는 우리와 연안국들 사이의 사안이다.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대해 오만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혀 이 문제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매체 악시오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날 JD 밴스 부통령, 스티브 윗코프 특사, 맏사위 제러드 쿠슈너,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과 회의를 열어 이란이 파키스탄 측을 통해 미국에 보낸 '최종 제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요일인 24일까지 이란에 대한 공습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합의를 할지, 아니면 완전히 박살낼지(blow them to kingdom come) 가능성은 확실한 50대 50"이라고 말했다.
특히 CBS와의 통화에서는 이란과의 최종 합의의 조건으로 이란의 핵무기 획득 금지를 꼽으면서 "그렇지 않다면 이와 관련한 대화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번 합의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만족스럽게 처리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나는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얻는 합의에만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에 관여하는 한 파키스탄 관리 역시 "상당히 포괄적인" 잠정 합의가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언급하면서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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