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비자로 입국해 신분 조정후 미국서 영주권 신청' 대폭 제한
영주권 신청 위해 본국 갔다 돌아오지 못할 수도…"수백만명에 여파"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앞으로 미국 영주권을 받으려면 본국에서 신청하도록 규정을 바꾼다.
신분 조정을 통해 미국에 체류하면서 영주권 절차를 밟을 수 있었던 기존의 규정은 특별한 경우에만 허용된다. 강력한 이민단속 정책의 일환으로, 영주권을 신청하러 갔다가 고국에 장기간 대기하거나 아예 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 이민국(USCIS)은 22일(현지시간) 외국인이 미국 영주권을 신청할 때 미국 밖에서 하도록 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간 신분 조정을 통해 미국에 임시 체류하면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었던 규정을 변경해 고국의 미 영사관에 가서 신청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학생비자나 관광비자 등을 받아 단기간 미국에 체류하다가 미국 시민권자와의 결혼이나 취업 등을 내세워 영주권 신청 상태로 신분을 조정, 계속 체류하는 이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신분 조정을 통해 미국에서 신청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허용하기로 했다.
잭 칼러 USCIS 대변인은 "학생이나 임시 근로자, 여행객 등 비이민 비자 소지자들은 단기간 특정한 목적으로 미국을 찾는 것이고 우리 시스템은 미국 방문이 끝나면 떠나는 것으로 설계됐다"면서 "그들의 미국 방문이 영주권 절차의 첫 걸음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부터 미국에 임시 체류하는 외국인이 영주권을 얻으려면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본국에 돌아가 신청해야 한다"면서 "본국에서 신청하도록 하면 체류가 거부된 이후에도 미국에 불법 체류하는 이들을 찾아내 내보낼 필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국에서는 연간 100만건 이상의 영주권이 발급되는데 절반 이상은 이미 신분 조정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상태에서 영주권을 신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24년의 경우 140만명이 미국 영주권을 발급받았는데 이 중 82만명이 미국 내에서 신분 조정을 거쳐 발급받았다. 규정이 바뀌면 이 82만명도 일단 본국에 돌아가서 영주권을 신청해야 하는 것이다.
영주권 신청을 본국에서 하게 될 경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배우자나 자녀가 있어서 영주권을 신청하는 경우 본국에 돌아가 영주권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게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사관 예약은 일반적으로 몇 달에서 몇 년간 차 있고 새 영주권 신청 규정으로 적체가 더 심해질 수 있다"면서 수백만명이 새 규정에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영주권을 신청하러 미국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사례도 속출할 수 있다.
WP는 트럼프 행정부가 여행 금지 조치를 한 국가나 이민 비자 발급을 중단한 국가의 국민이라면 사실상 미국에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 규정에 대한 법적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어떤 경우에 예외 규정이 적용되는지도 분명치 않은 상황이다.
자유주의 카토연구소의 데이비드 비어 국장은 이번 지침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단속 정책 중에 가장 중대한 조치라면서 "194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평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법무부에서 이민단속 사안을 담당했던 리언 프레스코는 WSJ에 "출생시민권 소송 결과가 선호하는 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이 적법한지를 가리는 연방대법원 판결은 다음 달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있었던 연방대법원 변론 당시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직접 방청하며 합법 판결을 압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강력한 이민단속 정책을 잇따라 내놨다. 작년에는 전문직 비자인 H-1B 신청 수수료를 10만 달러(1억5천만원)로 올리며 문턱을 크게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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