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호르무즈 개방 등 언급 없이 "美의 이란 공격은 국제법 위반"
日에는 "재군사화 가속화" 비난…日정부 "전수방어 변함없다" 반박

(베이징·도쿄=연합뉴스) 정성조 이도연 특파원 = 중국과 러시아 정상은 미국의 이란 공격을 한목소리로 비판하면서 우크라이나·일본 등 각자의 전략적 이익이 걸린 국제 문제에서 굳건한 지지를 표명했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일 서명한 '중국과 러시아의 전면적 전략 협조의 진일보한 강화와 선린 우호 협력의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은 "양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군사 타격한 것이 국제법과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을 위반했고, 중동 지역 정세의 안정을 심각하게 파괴했다고 일치되게 인식한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양국은) 충돌 당사국이 응당 대화·협상의 궤도로 조속히 복귀하고 전쟁의 연장과 외부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며 "국제 사회가 객관·공정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정세가 완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추진하고,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을 함께 수호해야 한다고 호소한다"고 했다.
앞서 미국 백악관은 중러 정상회담 직전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을 촉구했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날 중러 정상은 이란의 핵무기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를 뺀 채 미국을 비판하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러 정상은 미국을 '개별 국가' 등의 표현으로 직·간접 거론하며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비판 메시지를 던졌다.
공동성명은 "개별 국가가 패권주의를 신봉하면서 신식민주의적 사고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그 침략적 정책은 국제 경쟁을 국제 경쟁을 더 격렬하게 하고 국제 사무의 긴장 태세를 지속해서 높이고 있다"며 "이들 국가는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타국의 경제와 과학·기술 발전을 억제하면서 다극 세계 구축에 장애물을 설치한다"고 했다.
이어 중러 정상은 "개별 핵무기 보유국이 다른 핵무기 보유국에 대해 취하는 모든 종류의 도발적 행동과 적대적 행위에 반대한다"며 "일부 핵무기 보유국은 힘의 우월성에 사로잡힌 채 절대적인 안보·군사 우위를 도모하면서 다른 핵무기 보유국 부근에 군사 전략 인프라와 전략 공격형·방어형 무기를 배치하고, 군사 동맹을 무절제하게 확대하면서 핵무기 보유국 간의 긴장 관계를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양국은 '일부 핵 보유국과 동맹국'이 다른 핵 보유국을 겨냥해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상황에 공동 대응해나가겠다며 미국·일본의 대(對)중국 미사일 배치를 지목하거나, 미국의 다층적 방어 시스템 '골든 돔'이 전략적 안정을 훼손한다고 직접 비난하기도 했다.
중러 공동성명은 러시아가 당사국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일치된 목소리를 냈다.
공동성명은 "양국은 반드시 '유엔 헌장'의 원칙을 충분히, 완전히, 전면적으로 준수하는 기초 위에서 우크라이나 위기의 근원을 없애고 공동 안보의 실현과 항구적 평화 프레임 구축을 확보해야 한다고 인식한다"면서 "이를 위해 양국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평화를 쟁취하는 데 이로운 모든 노력을 지지하고, 계속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시도 등을 전쟁의 근원(root causes)으로 지목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와 비무장화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나토의 동진(東進)이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낳았다는 데 동의해왔다.
공동성명은 "양국은 개별 국가와 그 동맹국이 취하고 있는 대결적 정책과 발언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타국 내정에 대한 간섭과 세계 각지의 기존 안보 프레임 파괴, 국가 간 인위적 선 긋기, 진영 대결 조장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중국은 유럽연합(EU)의 방위력 강화로 인해 러시아에 생긴 우려에 주목했다"는 문구도 넣었다.
중러 양국은 중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일본 문제에 관해서 역시 강도 높은 비난 메시지를 냈다.
공동성명은 "현재 일본은 '재군사화'를 가속하면서 지역의 평화·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고, 국제 사회와 지역 국가들은 이를 고도로 경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은 일본이 민간 용도가 없는 민감한 핵물질을 장기간 대량 비축하고 있는 점에 고도의 우려를 표한다"며 "이 국가의 우익 세력이 '비핵 3원칙' 개정을 추진하는 등 용납할 수 없는 야심과 극단적인 도발행위를 하는 것을 경계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공동성명은 "여기에는 동맹국과의 '핵 공유'라는 잠재적 요인과 동맹국과의 '확장 억지' 공동 실현, 심지어 독자적인 핵 보유 시도 등이 포함된다"며 "일본 정부가 '핵확산금지조약'(NPT) 등 국제 의무를 실질적으로 준수하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이번 중러 공동성명에 대해 일본의 "전수 방위(수동적 방어에 입각한 국토 방어 전략)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오자키 마사나오 관방 부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방위 방침인 전수방위는 불변이며 행사하거나 보유하는 방위력도 필요 최소한의 수준이다"며 "중러 양국의 주장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의 대외적 태세나 군사 동향 등은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 사항이다.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폭거다"라며 "양국이 이 문제를 바로잡을 것을 강력히 기대한다"라고 오히려 러시아와 침공을 감싸는 중국을 비난했다.
xi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