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국·국세청 조사4국·금감원 특사경 '3각 협공'
"정교한 기준으로 조사 대상 선정…투자심리 위축 등 부작용 줄여야"

(세종·서울=연합뉴스) 이대희 배영경 김수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담합과 약탈적 금융 등 민생을 침해하는 행위를 지적하자 '경제 사정(司正) 당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폐지됐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국 부활이 추진되는 등 민생 침해 행위에 칼을 빼 드는 모습이다.
왜곡된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경제 사정 작업에는 외과수술에 버금가는 정밀도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 공정위 상임·비상임위원 9명→11명…사건처리 속도로 1.3배 빨라질 듯
17일 관가에 따르면 공정위는 민생 분야에서 발생한 불공정 행위에 신속하고 촘촘한 대응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단 '재벌 저승사자'라고 불렸던 조사국 부활을 추진하는 등 조사 강도를 한층 높이려는 모습이다. 현재 7명 규모의 중점조사팀을 30∼40명 규모의 국 단위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사국은 대기업 부당 내부거래 조사로 재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다가 2005년 폐지됐다.
또, 이달부터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되면서 상임·비상임 위원이 기존 9명에서 11명으로 확대된다.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에 29년 만에 증원이 단행됐다.
증원될 경우 사건 처리 속도가 1.3배 빨라지는 것으로 공정위는 추산하고 있다. 소회의 심의 대기기간을 3개월까지 줄이는 게 공정위의 목표다.
공정위에 따르면 연간 사건 수는 2021∼2025년 평균 2천400여건이었다. 평균 소회의 심의 대기기간은 291일이었다.
공정위 상임·비상임위원이 현 정부의 경쟁 정책 이해도가 높은 인사들로 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제재 수위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증원 몫 빈자리까지 모두 채워지면 상임·비상임위원 11명 가운데 8명(72.7%)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인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안건 처리 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빨라질 것이지만 심결의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며 "훌륭한 상임위원들인 만큼 심의도 내실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반칙 행위 제재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의 설탕 가격 담합을 적발해 4천83억1천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CJ제일제당[097950] 등 7개 제분사의 담합 혐의도 적발해 각 회사에 심사보고서 발송(검찰의 기소에 해당)하고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공정위는 저금리 정책 자금으로 가맹점주에게 고리 대부업을 해 논란을 일으킨 외식업체 명륜당을 소회의에 회부하는 등 자영업자 대상 불공정 거래 행위에도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공정위의 전방위 조사·감시망 확대 뒤에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주문이 있다.
이 대통령은 "(공정위 인력이) 너무 적으니 조사도 충분히 못 하고, 그러니 업체들이 그 사실을 알고 다 위반하고 있다"며 "온 동네를 파(보)면 전부 다 더러우니, 다 고쳐야 한다"고 국무회의에서 강조한 바 있다.

◇ 국세청 조사4국 잇단 조사 착수…금감원 특사경 연내 출범 준비
대표적인 사정기관인 국세청도 칼을 빼 들며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8일 하나금융지주[086790]와 하나은행 대상 비정기(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사흘 뒤에는 메리츠증권도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역시 비정기 조사다.
조사4국은 기업의 탈세 의혹 등을 포착해 비정기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곳이다. 재계에서는 또 하나의 '저승사자'로 받아들여진다.
국세청의 금융회사 조사는 통상 조사1국을 중심으로 한 정기 세무조사이기 때문에, 조사4국의 이번 조사는 이례적이다.
하나은행은 구체적인 기준 없는 경영진 고액 연봉·퇴직자 고액 자문료 등이 문제가 된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장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수수료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현장검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들이 돈 버는 게 능사라고, 그것이 존립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금융기관의 공공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이번 조사를 일종의 '본보기 조사'로 받아들이며, 금융사 전반으로 조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세청은 이 외에도 주가조작·터널링·환치기·가격 담합 등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물가 상승을 유발한 혐의를 받는 다수의 기업을 대상으로 기획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서민을 위협하는 불법 대부업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기존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에 더해 민생금융범죄 특사경도 새로 설치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민생금융범죄 중에서도 불법사금융 범죄를 전담할 특사경을 신설하고 인지수사권도 부여하기로 했다.
특사경 수사 범위는 대부업법 위반 사항이 될 걸로 보인다. 법정 최고금리(연 20%)를 넘어서는 이자를 받는 행위, 미등록 불법 대부업 영업 등을 단속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이밖에 불법 추심도 수사 범위에 포함할지 관계 부처 간 협의 중이다.
금감원은 내부적으로 법 통과 즉시 연내라도 특사경이 출범할 수 있게 실무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증거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관건이라고 판단해, 내부 검·경 파견인력 등을 활용해 직원 대상 수사기법 관련 연수교육도 했다.
불법사금융 범죄에 특화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인력 교류도 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청정계곡 불법시설 정비 등 행정성과를 냈던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을 벤치마킹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경제 사정 작업은 물가 불안을 유발하는 시장 실패를 교정하고, 취약계층의 부채를 부풀리는 '약탈 금융'을 척결하는 등 정책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조사 대상을 원칙 없이 선정하거나, 사정 국면이 과도하게 길어지면 기업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거나 금융기관의 신용공급이 위축되는 등 오히려 민생에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연세대 경제학부 김정식 교수는 "조사가 과도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기업의 투자 심리 위축 등 부작용은 정부도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정교한 기준과 논리로 조사 대상을 선정해 정책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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