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우연히 가해자 석방 알게 되는 건 국가 폭력"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성범죄 가해자의 석방 사실을 사법 당국이 피해자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법안이 프랑스 하원을 통과했다.
15일(현지시간)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스 하원은 12일 성폭력 가해자가 구금에서 풀려날 때 피해자가 체계적으로 통보받도록 보장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집권 여당이 발의하고 정부와 피해자 지원 단체들의 지지를 받은 이 법안은 상원으로 넘어가게 된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르네상스 당의 로르 밀러 의원은 "가해자의 석방은 피해자에겐 지진과도 같은 충격"이라며 "피해자가 우연히, 소문을 통해 이를 알게 되거나 전혀 모르고 지나가는 건 국가가 가하는 또 다른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현행법으로도 피해자가 가해자의 형 집행 종료 사실을 통보받을 권리는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피해자의 요청이나 판사의 재량에 맡겨진다.
하원이 승인한 법안은 사법 당국이 강간을 비롯한 성범죄, 가정 폭력 혐의로 "구금 중인 피의자, 기소된 자, 피고인 또는 유죄 판결을 받은 자의 석방 또는 구금 중단"에 대해 피해자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속 영장 발부 전 구금 상태에서의 석방이나 일시적 석방도 포함된다.
물론 피해자는 가해자의 석방 통보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힐 수 있다.
의원들은 이 정보가 가해자 석방 최소 한 달 전에 전달되도록 했다. 피해자 측에 구체적인 보호 조치를 마련할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법안은 가해자가 석방될 경우 피해자와의 접촉 금지, 피해자 인근 거주 금지, 피해자 거주지나 직장 접근 금지 조치를 체계화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3월 자신을 성폭행한 가해자가 석방돼 집 근처에 살게 된 사실을 안 17세 청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을 계기로 마련됐다. 생을 마감하기 몇 시간 전 이 청소년은 소셜미디어에 "그가 나를 망가뜨렸다. 나를 파괴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자유로워졌고 내 바로 곁에 있다"고 절망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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