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고 있는 탈레반 정권 당국자들을 브뤼셀로 초청해 회동하기로 해 인권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마르쿠스 램머트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회원국 몇몇의 요청에 따라 탈레반 당국자들을 브뤼셀로 불러들여 만나는 방안이 스웨덴과 조율 아래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양측의 만남이 실제로 이뤄지면,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서 이뤄지는 탈레반 측과의 첫 회동이 된다. 램머트 대변인은 EU 집행위원회와 스웨덴 법무부가 탈레반 정권에 브뤼셀에서 실무자 수준의 회의가 가능한지를 묻는 서한을 보냈다며, 다만 회의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강경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인 탈레반은 2021년 미군이 철수하자 20년 만에 재집권해 아프간을 통치하고 있지만, EU를 비롯한 서방은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램머트 대변인은 탈레반 당국자와의 실무 회의의 초점은 "(유럽)안보에 위협이 되는 사람들의 송환"에 있다며, 이러한 접촉이 EU가 탈레반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한, EU 관계자들은 이미 지난 1월 카불에서 탈레반 당국자와 회동한 적이 있다고 램머트 대변인은 말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재집권 후 여성 이동 제한, 여성들에 대한 중등 교육 금지, 표현의 자유 제한 등 엄격한 이슬람 도덕 규범을 내세워 인권 탄압을 일삼는 탈레반과 이주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EU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아프간 난민을 추방하기보다는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난민망명위원회(ECRE)의 정책담당관 레샤드 잘랄리는 박해 위험과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거론하며 "탈레반이 통치하는 아프가니스탄으로 아프간인들에 대한 송환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 재집권 후 아프간인들의 권리가 크게 후퇴했다며 "이런 상황으로 아프간 이주민들을 내모는 것은 위험과 학대에 노출시키는 데 EU가 공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유럽에 망명한 아프간인들이 수십명에 달하는 가운데 EU는 중범죄, 안보에 위협을 가한다고 간주되는 아프간인들에 대한 추방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EU가 탈레반 정권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아 실제 송환은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다.
최근 몇 년 동안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밀집한 군중 사이로 차량을 돌진시키거나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르는 등 중범죄가 아프간인들 소행으로 밝혀지자 범죄를 저지르거나 안보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아프간인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부쩍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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