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거부권 의식해 '군사행동' 빼고 '인도주의' 문구 보완
미, 독자행동서 유엔으로 선회…다국적 해상 연합도 병행

(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미국과 걸프 동맹국들이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요구하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을 다시 추진한다.
지난달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던 결의안에서 무력 사용 관련 문구를 조정하고 인도주의적 지원 내용을 보완해 다시 내놓은 것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를 위한 안보리 결의안을 공식 제안했다.
이번 결의안은 미국과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가 공동 작성한 것으로, 이란에 ▲ 선박 공격 및 기뢰 부설 중단 ▲ 통행료 징수 중지 ▲ 설치된 기뢰의 위치 공개 및 제거 협력 ▲ 인도주의 통로 구축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결의안은 지난달 부결된 안건과 비교해 신중한 접근을 취했다.
로이터·AP 통신에 따르면 새 초안은 러시아와 중국을 의식해 군사 행동을 명시적으로 승인하는 표현은 제외했다.
다만 제재와 군사 조치를 포함한 강제력 행사 근거인 유엔 헌장 제7장의 틀은 유지해 실질적인 압박 수단은 남겨뒀다.
결의안은 이란의 최근 합의 위반을 규탄하고, 항행의 자유를 방해하거나 통행료를 부과하는 시도를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특히 해협 봉쇄로 비료와 구호품 등 필수품 운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란에 인도적 지원 통로 구축에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결의안에 따르면 유엔 사무총장은 30일 이내에 이란의 이행 여부를 안보리에 보고해야 하며, 이란이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안보리가 소집돼 제재 등 추가 강제 조치를 검토하게 된다.
미국은 오는 8일까지 초안을 회람한 후 내주 표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유엔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그간 행보와 대조되는 전략 변화다.
최근 미국은 안보리의 승인 없이 이란을 타격하고, 항행의 자유를 명목으로 한국 등 동맹국에 작전 참여를 요청하는 등 유엔 체제 밖에서 대응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안보리 결의 절차를 택함으로써, 이란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사태 관리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결의안이 다시 거부권에 막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문구를 일부 조정했다면서도, 실제로 거부권을 피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결의안이 유엔의 역할을 가늠하는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에 거부권 행사 자제를 촉구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다국적 해상 연합체인 '해양 자유 연합'(Maritime Freedom Construct·MFC) 창설을 협력국들에 제안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MFC는 영국, 프랑스 주도로 한국 등 약 30개국이 참여하는 별도의 연합체와 협력,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을 완전히 재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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