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정치적 부담 커지지만…존스법 유예 등은 '역부족'
호르무즈 개방 협상 난항 속 유류세 폐지·美원유 수출 제한도 부담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되며 이란전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 유가 상승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 급등으로 이란전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가를 낮추기 위한 백악관의 대응 수단이 점점 제한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일 기준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39달러로, 이란전 개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일주일 전보다도 30센트 이상 오른 수치다.
글로벌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태가 지속되는 한 유가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백악관은 급등하는 휘발유 가격을 완화하기 위해 연방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검토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동원된 조치들은 효과가 제한적이며 남은 선택지 역시 경제적·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석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지난 3월 전략 비축유 1억7천200만 배럴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또 미국 선박에 미국 항구 간 운송 독점권을 부여하는 존스법에 대한 유예 조치를 90일 연장하기도 했다. 이는 외국 선박의 미국 내 항구 간 운송을 한시적으로 허용해 에너지 공급 병목을 완화하고 유가 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러시아산 원유와 관련한 일부 제재를 일시적으로 중단했으며, 여름철 고농도 에탄올 혼합 휘발유 판매 제한 규정을 해제했다.
추가 대응책으로는 연방 유류세 폐지나 미국산 원유의 수출 금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의회 일각에서는 휘발유의 경우 갤런당 18.3센트, 경유는 갤런당 24.3센트인 연방 유류세 폐지를 제안하고 있으나, 유가 급등 상황에서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고 주유소가 인하분을 소비자 가격에 곧바로 반영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방 유류세는 고속도로 유지·보수를 위한 신탁기금 재원으로 활용되는데, 해당 기금은 차량 연비 개선 등으로 이미 재정 압박을 받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주(州) 정부가 먼저 주 유류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백악관 관계자도 현재로선 연방 유류세 면제를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산 원유의 수출 금지의 경우 최근 10여 년간 수출 사업을 확장해 온 석유업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와 가스 가격을 기록적인 속도로 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췄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교통이 정상화되면 에너지 가격은 다시 급락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유가 상승을 억제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장기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을 보장하도록 이란과 합의하는 것이지만, 이를 포함한 미·이란 협상은 여전히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휘발유 가격 상승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며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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