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전기화학 분석으로 풍미 특성 정량화…품질 관리·재현성 향상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원두에서 추출한 커피의 농도와 로스팅 등 풍미 요소를 복잡한 분석 장비나 시음 평가 없이 전기적 신호로 분석, 일관된 맛을 구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미국 오리건대 크리스토퍼 헨든 교수팀은 29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서 커피에 전극 3개를 담그고 전류를 흘려보내며 전기화학적 반응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커피의 풍미 프로파일을 정량화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헨든 교수는 "이 방법은 사람들이 한 잔의 커피에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해준다"며 "맛있다고 느끼는 커피는 특정한 로스팅 색상의 원두에서 원하는 농도로 추출했기 때문인데, 이제 무엇이 그 맛을 내는지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커피의 맛에는 원두의 양과 종류, 로스팅 정도, 분쇄 입자 크기, 물의 온도 등 수십 가지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 제조 과정의 작은 변화가 맛의 큰 차이로 이어질 수 있어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커피의 맛과 품질 등 평가에는 주로 전문가 시음이나 굴절률을 이용한 용존 고형물(TDS) 농도 측정 방식이 사용된다. 그러나 농도 측정만으로는 로스팅 정도나 추출 조건에 따른 화학적 차이나 풍미를 구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헨든 교수는 커피의 맛은 대부분 농도와 로스팅 정도(색)가 결합된 결과로, 이를 커피의 '로스티니스'(roastiness)라고 한다며 이 연구의 목적은 사람마다 매우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면서 더 일관된 맛의 커피를 만드는 데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커피의 풍미 요소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물질의 화학적 구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배터리와 연료전지 성능 측정에 사용되는 전기화학 분석 장비 퍼텐시오스타트(potentiostat)를 활용했다.
이 장치는 별도의 시료 전처리 없이 추출한 커피에 3개의 전극을 담그고 전압을 가하면서 전류 변화를 측정하는 순환 전압전류법으로 용액 속 분자들이 전극에서 일으키는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커피의 화학적 특성을 분석한다.
실험 결과 커피의 농도와 전극에서 측정된 총 전하량 사이에 뚜렷한 비례관계가 확인됐다.
커피 농도가 높을수록 전류 신호가 커지는 경향이 있었고 이는 커피 속 산성 물질과 용존 성분 농도가 증가하면서 전기화학 반응에 참여하는 분자가 많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반면, 같은 농도에서도 로스팅이 더 진할수록 전류 신호는 감소했다. 이는 카페인 등 로스팅 과정에서 변화하는 유기물들이 백금 전극 표면에 흡착돼 반응을 억제하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커피마다 고유한 화학적 지문(chemical fingerprint)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풍미를 보다 정밀하게 수치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서로 다른 원두와 추출 방식에 따라 전기적 신호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도 확인했다며 이는 바리스타가 특정 커피의 풍미 특성을 목푯값처럼 설정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재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제 검증을 위해 영국의 한 로스터에서 로스팅한 겉보기에 구별되지 않는 4종의 커피 샘플을 분석, 전기화학적 방법으로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샘플을 정확하게 찾아냈다.
헨든 교수는 "이 방법은 커피 농도와 로스팅 정도를 분리해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최초의 방법의 하나"라며 "커피 로스터리의 품질 관리뿐 아니라 블렌딩 최적화, 원두 배치 간 차이 분석 등 다양한 산업적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Communications, Christopher Hendon et al., 'Direct electrochemical appraisal of black coffee quality using cyclic voltammetry',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6-71526-5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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