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동산 원유 수입 작년 대비 10%p↓…미국산 75.8%↑
헬륨 수입 64% 의존 카타르 생산 차질 우려…산업계, 공급망 긴장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중동전쟁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지난달 원유를 비롯한 주요 석유제품의 수입이 감소하고 수입선 조정이 빠르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를 비롯해 반도체 제조 과정에 냉각재로 쓰이는 헬륨 등 핵심 원료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중동 의존도가 높은 석화 원료들의 비(非)중동산 대체 움직임이 뚜렷했다.
26일 한국무역협회 통계 서비스(K-stat)에 따르면 한국 에너지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유(HSK 270900 기준)의 지난달 수입액은 총 59억5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3% 감소했다.
한국의 원유 수입에서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63%로, 1년 전 73%와 비교하면 10%포인트(p) 낮아져 중동전쟁 여파가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수입 규모를 보면 한국의 원유 1위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19억8천만달러로 13.4% 감소한 것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8억9천만달러·7.7%↓), 이라크(4억9천만달러·19.0%↓), 쿠웨이트(2억5천만달러·46.4%↓) 등 중동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크게 축소됐다.

중동산 원유를 대체한 것은 대부분 미국산이었다.
미국산 원유 수입은 작년보다 13억7천804만달러로 75.8% 급증하며 1년 8개월 만에 최대 수입 기록을 다시 썼다.
미국산 원유는 경질유로,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중동산 중질유와 섞어 쓰기 용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점 때문에 정유 업계가 미국산 스팟(단기) 수입 물량을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역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미국 정부가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한국에 에너지 수입 확대를 압박하는 상황이어서 미국산 도입을 장려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중동산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미국 비중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한 과정"이라며 "대미 투자 프로젝트와 연관성을 떠나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옵션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중동전쟁이 끝나더라도 비중동산 원유 도입을 확대하고, 수송 루트를 다원화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산과 함께 호주산(1억5천만달러·44.7%↑), 말레이시아산(9천만달러·140.5%↑) 원유 수입도 함께 늘어났다.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역시 지난달 수입액이 19억9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8%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한국의 나프타 1위 수입국 카타르가 1억8천만달러로 7.5% 감소한 가운데 UAE(1억7천만달러)와 쿠웨이트(1억달러)로부터 수입 역시 각각 57.5%, 48.1%씩 감소하며 중동 공급망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나프타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 외곽에 위치해 이번 사태의 충격을 피한 오만으로부터의 수입이 1억7천만달러로 28.5% 늘어난 것을 비롯해 그리스(1억3천만달러·193.5%↑)와 미국(6천만달러·5천652.8%↑) 수입이 폭증하며 수입선 대체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제조 과정에서 냉각재로 쓰이는 헬륨 수입도 1천298만달러 규모로 작년 동월 대비 23.5% 감소했다.
한국의 제1 헬륨 수입국인 카타르에서 들여온 헬륨은 654만달러 규모로, 작년보다 30.1% 축소되면서 전체 수입이 줄었다.
카타르에서는 최근 최대 헬륨 산업단지가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헬륨 생산국은 극소수에 불과한데, 한국은 헬륨 수입의 64%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어 중동 사태 장기화 시 수입처 다변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산업부는 현재 헬륨은 미국 등 대체 수입선 확보를 통해 국내 수급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진실 무역협회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중동발 충격은 산지 집중과 해상 병목이 결합한 구조적 공급 충격으로 단순 다변화 대응에 한계가 있어 단기 실물 확보형 조달 체계로 전환이 시급하다"며 "장기적으로는 고유가·공급망 단절 시에도 생산이 유지되도록 구조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석화 공급망 차질 우려에 관계부처 합동 공급망지원센터 등을 통해 현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며 "보건의료, 핵심산업 등에 필요한 석화 원료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적기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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