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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중재외교 '의기양양' 파키스탄…강요된 희생에 국민은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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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중재외교 '의기양양' 파키스탄…강요된 희생에 국민은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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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 중재외교 '의기양양' 파키스탄…강요된 희생에 국민은 신음
    이슬라마바드 상업지구 2주째 야간 영업 강제 축소…손님 절반 줄어
    정부는 미·이란 중재 성과로 국제사회 신뢰 확보…일부 국민은 자부심도




    (이슬라마바드=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F10 구역' 내 상업지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평소와 다르게 썰렁했다. 보통 한낮에도 길거리에서 전통차 '짜이'를 마시는 이들로 북적이는 곳이지만 행인조차 거의 없을 정도였다.
    한국 '홍대거리'와 비슷한 이곳은 인근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넘어와 모여서 노는 이른바 '젊음의 거리'다. 하숙집도 많고, 음식점과 옷 가게도 촘촘하게 줄지어 있다.
    파키스탄이 이슬람 국가여서 대학생 대부분이 술을 마시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주체 못 할 흥과 패기까지 없진 않다.




    그러나 바비큐 음식점에서 일하는 종업원 라시드(25)는 가게 바로 앞 공터를 손끝으로 가리켰다. 평소에는 대낮부터 간이 테이블을 펼쳐 놓고 줄 선 손님들을 차례차례 앉히던 곳이다.
    그는 "정부의 야간 영업 축소 조치로 미국과 이란의 1차 종전 협상이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오후 10시에 음식점 문을 닫는다"며 "대낮에도 손님이 없지만 오후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가 '피크타임'인데 영업에 지장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손님이 40∼50%가량 줄었다"며 "(중동 전쟁 이후) 기름값이 치솟고 다른 물가까지 덩달아 오르면서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슬라마바드 중심가인 '뉴 블루구역'(New Blue Area)에서 만난 음식점 종업원 하산(23)도 "새벽 1시까지 일하다가 오후 10시까지로 근무 시간이 줄면서 손님들이 주던 팁도 거의 못 받게 됐다"고 투덜댔다.
    그는 "밤늦은 시간에 팁을 주는 손님이 많은데 하루에 팁으로 1천500파키스탄루피(약 8천원)를 받다가 지금은 고작 300파키스탄루피(약 1천600원)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회담으로 인한 파키스탄 정부의 보안 태세 강화 방침 탓에 택배기사 주베르(45)는 최근 친척을 잃을 뻔했다.
    심장 질환을 앓는 사촌이 갑자기 몸 상태가 좋지 않아졌고,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주 디르에서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큰 병원까지 9시간 넘게 걸려 차를 타고 왔다.
    주베르는 "평소에는 차로 4시간 30분이면 오는 거리"라며 "(2차 종전 회담을 앞두고) 도심 외곽 도로마다 검문검색이 강화된 탓에 시간이 2배로 걸렸고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길어지자 중재를 자처했다.
    결국 이달 11∼12일 이슬라마바드에서 1차 종전 회담을 주최했고, 미국 부통령과 이란 의회 의장이 자국에서 만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면서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었다.
    이는 미국과 이란이 1979년 외교관계를 단절한 이후 47년 만에 성사된 최고위급 회담이면서 동시에 2015년 이란 핵 협상 타결 후 처음으로 열린 공식 대면 협상이었다.
    F10 구역 상업지구에서 만난 파키스탄인 사업가 오사마(26)는 "우리 정부가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잘했다"며 "그동안 각종 테러로 국제 사회에서 이미지가 좋지 않았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외교 성과를 쌓으며 의기양양하지만 그사이 보안과 안전을 이유로 일방적 희생을 강요당한 국민은 고통받았다. 그 고통은 2차 종전 회담을 앞둔 지금까지 2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슬라마바드와 붙어 있어 '쌍둥이 도시'로 불리는 북동부 펀자브주 라왈핀디는 미국 대표단이 항공편으로 들어오는 공군기지가 있다는 이유로 오는 26일까지 1주일 동안 도시 전체가 사실상 봉쇄됐다.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은 강제로 문을 닫아야 했고, 시외버스도 운행을 중단해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더 심하다는 불평이 터져 나오고 있다.





    중부 펀자브주 라호르에서 대학교에 다니는 우머르(23)는 "미국도 이란 어느 국가도 전쟁할 권한은 없다"며 "하루빨리 중동 전쟁이 끝나 기름값도 좀 떨어지고 물가도 안정되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슬람 사원인 '파이살 모스크' 인근 잔디밭에서 친구들과 점심을 먹던 중학생 무하마드 까심(14)도 "전쟁을 해서 두 나라가 얻을 이익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며 "양국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피해를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에 열릴 2차 종전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 모두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면 좋겠다"고 바랐다.


    s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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