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농축 441㎏ 등 존재…가스라서 용기손상·누출 위험
이란, 2015년 최대 20% 우라늄 11t 러시아로 반출한 전례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지난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농축우라늄 반출에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승전 선언 명분과 직결되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불과 몇시간 후 정면으로 반박했다.
고농축 우라늄의 반출은 미국과 이란이 예고한 2차 종전협상에서 여전히 핵심 난제로 거론된다. 적어도 당분간은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며, 설령 합의되더라도 실행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해설기사를 통해 이란의 농축우라늄을 반출하는 데에는 행선지 등에 대한 정치적 합의, 현재 핵물질의 보관 상태, 물류상 요구 사항, 보안 위험, 검증 방법 등 여러 요인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과거에 다른 우라늄 반출 작전에 참여했던 전직 미국 국방부 공무원이며 현재 '전략적 위험 위원회'의 선임 연구원인 앤드루 웨버는 "이것은 아마도 역사상 가장 복잡한 우라늄 제거 작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AEA에 따르면 이란은 작년 6월 공격 이전까지 60% 고농축우라늄(HEU) 441㎏과 20% 농축우라늄 약 200㎏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원심분리기 가동이 계속된다면 몇 주 안에 이른바 '무기급'에 해당하는 90% HEU로 농축될 수 있다.
90% 농축 우라늄 25㎏이나 60% 농축 우라늄 42㎏이 있으면 핵폭탄 1개를 만드는 데 충분하다는 것이 IAEA의 평가다.
이란의 60% HEU 보유량은 핵무기 약 11발을 만들 수 있는 양이며, 이 중 절반은 이스파한 핵 단지의 지하 터널에, 또 다른 일부는 나탄즈 농축 시설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지하 핵시설들은 작년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입구가 무너져내려 즉각적 접근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현재 우라늄을 농축하지 않고 있으며 피격을 계기로 우라늄 농축 능력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의 농축우라늄은 현재 무거운 원심분리기 실린더 안에 가스 형태로 저장돼 있는 경우가 많아, 반출하려면 이를 그대로 운반할지 고체 형태인 산화물 분말로 변환해야 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매몰된 농축 우라늄 실린더 중 일부가 손상됐을 경우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반출이 합의될 경우 작업을 주도할 미국 정부는 과거 작전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에너지부와 산하 핵 연구소들이 구축해 둔 '이동식 포장 프로그램'에 따라 로봇 등 원격 장비, 엑스레이 장비, 정밀 저울, 위험 물질 취급용 장갑 상자 등을 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와중에 작년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폭격 이래 방문이 중단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들의 검증도 받아야 한다.
핵물질이 빼돌려졌거나 분실돼 문제가 생기거나 시비가 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만약 용기 파괴 등으로 핵물질 손실이 발생했다면 현장에서 환경 시료를 채취해서 검사하는 등 검증 조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광범위한 사찰 권한이 필요하다.
이란의 경우 2015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임기 때 이뤄진 핵 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따라 핵물질 반출이 성사된 전례가 있긴 하다.
당시 협정에 따라 이란이 보유하고 있던 최대 20% 농축 우라늄 11t이 러시아로 옮겨졌으며, 이란의 농축 우라늄 비축량은 3.67% 수준에서 15년간 300㎏로 제한됐다.
그러나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합의에서 탈퇴하면서 합의가 깨졌다.
이 밖에 1994년 카자흐스탄의 한 공장에서 90% HEU 600㎏를 미국 본토로 옮긴 경우, 1998년 조지아 트빌리시 인근의 옛 소련 연구용 원자로에서 5㎏ 가까운 양의 HEU를 스코틀랜드의 핵 시설로 옮긴 경우 등이 있었다.
이란의 핵물질을 어디로 보낼지에 대해서는 러시아로 보내는 방안, 희석해서 민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 여러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으나 정치적 합의가 이뤄져야만 한다.
웨버 연구원은 IAEA가 통제하는 저농축 우라늄 저장소가 있는 카자흐스탄으로 이란 핵물질을 보내 희석한 후 보관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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