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르포] '미·이란 협상단 도착 예정지' 파키스탄 군사도시, 1주일 봉쇄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르포] '미·이란 협상단 도착 예정지' 파키스탄 군사도시, 1주일 봉쇄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르포] '미·이란 협상단 도착 예정지' 파키스탄 군사도시, 1주일 봉쇄
    라왈핀디의 숙박업소·음식점 강제 영업정지…버스 포함 대중교통도 운행 중단
    '회담 개최지' 이슬라마바드도 갑자기 도로통제 강화…주요 도로에 철조망




    (라왈핀디·이슬라마바드=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경찰들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막무가내로 문을 다 닫으라고 했어요. 영문도 모르겠습니다."
    파키스탄 북동부 펀자브주 라왈핀디에 있는 '스카이웨이즈' 호텔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사딕(44)은 지난 19일 오전(현지시간)부터 경찰관들에게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무조건 오후 2시부터 호텔 영업을 중단하라'고 해 문을 닫기는 했다"며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회담 때문에 저러나 보다'라고 추측만 할 뿐이지 도통 모르겠다"고 투덜댔다.
    이름만 호텔이지 여인숙 수준으로 허름한 이 숙박업소는 결국 당일 손님들을 다 내보냈고, 오후부터는 예약도 받지 못했다. 강제 영업정지 기간은 오는 26일까지 1주일이다.




    라왈핀디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중심가인 '블루구역'(Blue Area)에서 차로 20∼30분 거리다. 이슬라마바드와 바로 붙어 있는 데다 사실상 생활권도 같아 현지에서는 '쌍둥이 도시'로 불린다.
    전통적 상업 중심지인 이곳은 육군사령부와 누르 칸 공군기지 등 기밀시설이 밀집한 군사도시이기도 하다.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을 앞두고 양국 협상 대표단이 항공편으로 들어올 라왈핀디에는 사실상 봉쇄 수준의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라왈핀디에서 모든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개인 교통과 화물 운송까지 중단됐으며 1만명 넘는 경찰관을 배치해 검문소 600곳에서 감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누르 칸 공군기지 인근 주요 지역에는 적색경보까지 발령됐다.
    이는 미국이나 이란 대표단이 항공기를 타고 공군기지에 도착할 경우에 대비해 미리 안전을 확보하려는 대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시적이지만 파키스탄 정부가 상인들 생계를 강제로 끊는 수준이어서 지나친 조치라는 말도 나온다.




    스카이웨이즈 호텔이 있는 곳에는 작은 숙박업소와 상점이 다닥다닥 모여 있다. 파키스탄 수도권에서 가장 큰 파이자바드 고속버스 터미널이 인근에 있어 유동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전날 오후 터미널 주변에 있는 음식점, 휴대전화 판매점, 과일가게 등도 이미 영업을 중단했거나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파키스탄에서 손꼽히는 버스 회사인 '파이살무버' 매니저인 라자나위드(40)는 "정부가 오는 26일까지 버스 영업을 중단하라고 했다"며 "수도권에 있는 다른 버스 터미널 2곳도 같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북부 길기트 발티스탄주 스카르두에 사는 이르판(26)은 갑자기 시외버스가 끊기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해 파이자바드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다른 버스 터미널에 가보려고 하는데 거기에도 스카르두로 가는 고속버스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터미널 인근에서는 공유 택시 기사들이 다른 지역으로 가는 손님들을 모으고 있었고, 한 손님은 "너무 비싼데"라며 투덜거리면서도 시외버스가 끊겨 어쩔 수 없이 택시 기사를 따라가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파이자바드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이뚜와르 바자르'(일요 시장)는 전날 오후까지도 정상 영업을 했다.
    이슬라마바드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으로 각종 농산물과 과일뿐만 아니라 한국 중고 전자제품까지 이곳에서 사고팔린다. 1주일에 화·금·일요일만 운영된다.
    이 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라낌울라(38)는 "미국과 이란의 1차 종전 회담 하루 전날인 금요일(10일) 오전과 이후 협상이 끝난 일요일(12일) 오전에 시장 문을 닫으라고 해서 몇시간씩 장사를 못했다"며 "오늘은 시장이 열렸지만, 협상이 시작되면 정부가 또 닫으라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라왈핀디뿐만 아니라 2차 종전 회담이 열릴 이슬라마바드에서도 전날 오후부터 갑자기 도로 통제 수준이 높아졌다.
    전날 오전까지만 해도 주요 정부 기관이 모여 있는 '레드존'(red zone·적색구역)만 통제하는 등 1차 종전 회담 직전보다는 느슨했지만, 오후 들어서자 시내 주요 도로에 철조망과 바리케이드가 잇따라 쳐졌다.
    1차 협상 때 회담 장소였던 세레나 호텔과 대표단 숙소로 이용된 메리어트 호텔뿐만 아니라 레드존에서 다소 떨어진 또 다른 유명 호텔까지 현지인 숙박객들을 내보냈다.
    다만 이 호텔은 애초 모든 숙박객을 20일에 내보낼 계획이었으나 방침을 바꿔 외국인 숙박객만 예약받고 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일부 대표단이 우리 호텔에 머물 예정인데 어제까지는 몇 명이 올지 확정이 안됐었다"며 "오늘 새벽에 (대표단) 인원이 확정됐고 객실 여유분이 있어 외국인만 숙박을 연장해 주거나 예약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재국 파키스탄 정부가 봉쇄 수준의 강도 높은 보안 조치를 하고 있지만 미국과 이란의 2차 협상이 실제로 열릴지, 회담이 개최된다면 언제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미군이 전날 중국을 출항해 이란 반다르 아바스로 향하던 이란 국적 화물선에 함포 사격을 한 뒤 나포했고, 이란은 이에 대응해 미국 군함을 상대로 무인항공기(UAV) 공격을 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지난 7일 파키스탄이 제안한 '2주 휴전안'을 수용한 뒤 이슬라마바드에서 1차 종전 회담을 했으나 결렬된 바 있다. 휴전 마감 시한은 미국 동부 시간으로 오는 21일(이란 현지시간 기준 22일)이다.
    s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