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최근 5년간 이란 국방 간행물 실린 논문 300여편 분석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이란 군부가 미국·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교훈을 얻어 드론에 투자하고 무기체계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해야 할 필요성을 배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이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교훈을 어떻게 연구해왔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5년간 이란의 국방 분야 간행물 12개에 실린 논문 300여건을 검토한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이런 논문들은 이란 정규군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고위 지휘관들과 장교들, 그리고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쓴 것이다.
테헤란 북쪽에 있는 군사대학의 책임자인 호세인 다드반드는 2년 전에 한 유력 간행물에 실은 논문에서 우크라이나전에서 배워야 할 전략적 교훈을 제시했다고 FT는 전했다.
3D 프린팅을 활용한 저가 드론 대량생산 체계 구축 등으로 드론에 투자해야 하고, 보다 기동력이 좋은 전투부대를 활용해야 하며, 훈련과 전투 방식도 시대에 맞춰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제언이었다.
AI를 무기에 적용하고 사이버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다드반드의 논문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논문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FT는 이런 논문들을 통해 이란 군부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으며 어떤 교훈을 학습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란이 자국의 취약점을 어떻게 평가하고 기록했는지에 대한 단서도 찾아낼 수 있었다고 FT는 강조했다.
아울러 이런 간행물들은 이란 군부 내에서도 정규군과 IRGC, 육군·해군·공군 등으로 갈린 파벌들이 예산과 관심을 얻어내기 위해 경쟁하는 통제된 통로 역할도 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2023년 '전략 국방 연구'라는 간행물에 전직 고위 지휘관 2명이 기고한 논문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드론, 레이저, 우주 기반 플랫폼 등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무기 조달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파리 정치대학의 이란 전문가 니콜 그라쥬스키는 "이 자료들은 군인들의 학습을 위한 것"이라며 "또 어떤 반응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띄워보는 '간보기' 용도도 있다. 그런 아이디어들은 때때로 채택되어 실제 적응과 변화로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백발 노장인 다드반드는 작년에 새로 문을 연 사격훈련장에서 이례적으로 인터뷰를 하고 이란 군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험을 반영하기 위해 군사 교과서와 훈련 기법을 현대화했다고 밝혔다고 FT는 전했다.
다드반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본 사례 중 하나였다"라며 "그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는 소형 드론의 광범위한 사용과 인공지능이었다. 우리는 인공지능, 양자, 나노와 같은 첨단 기술이 군사 분야에 진입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군사령관을 지냈던 아지즈 나시르자데 이란군 부총참모총장은 '국방 미래 연구'라는 간행물에 낸 이란-이라크 전쟁에 관한 논문의 끝부분에서 이란이 러시아로부터 Su-35를 구매해서 방치된 전투기 전력을 재건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 문제는 이란 군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갈등 요인이었다.
나시르자데는 또 이란 공군에 자폭 드론을 배치하고 표적 선정 절차에 AI를 통합하라고 권고하는 동시에, 공군 기지의 노후된 구역을 재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시르자데는 이 논문이 실린 지 몇 달 후인 2024년 8월에 국방부 장관으로 영전했으며, 그 직후 이란 정부는 Su-35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기습공격한 올해 2월 28일에 사망했다.
나시르자데는 미국 공군의 효율이 무기 노후화와 실패한 현대화 프로그램으로 점점 낮아져 가고 있다는 논문도 공동집필한 적이 있다.
FT가 내용을 확인한 논문 중에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선박 나포나 해병대 상륙 시도에 맞서 방어하려는 상황에 대해 이란 지휘관들이 구상한 대처 방책도 들어 있었다.
전자의 경우 대결적 접근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됐으며, 후자의 경우 억제 메커니즘으로서 연안 해역의 기뢰 부설을 지목했다.
논문들 중에는 미국이 약해졌다는 시각과 이란이 중동을 재편할 기회를 노리는 시각을 반영한 것이 많았다.
이스라엘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아제르바이잔을 이란의 안보 우려 사항으로 꼽는 논문들도 종종 나왔다.
군인들이 "이단 종파"에 가입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언급, 군이 민간 부문 공급업체에 과도하게 의존해 위기에 취약하다는 지적, 수익성 때문에 민간인 진료를 우선시하느라 "핵심 기능"을 소홀히 해온 군 병원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 등도 거론됐다.
그 밖에 병사들의 자살 충동에 대한 예방책, 군사학교 생도들이 출신 배경 등으로 겪는 차별 등에 대한 지적 등 이란 군인들이 겪는 상황을 반영한 내용도 있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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