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서 네번째 '민주주의 수호 회의'…'글로벌 진보 동원'도 출범
산체스 "극우 끝났다, 다자주의 약화 맞서야"…룰라도 전쟁 비판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18일(현지시간)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비롯한 세계 주요 좌파 지도자들이 우파 득세 흐름에 맞서 바로셀로나에 집결했다.
AFP 통신과 유럽 언론에 따르면 산체스 총리는 이날 바르셀로나에서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함께 '민주주의 수호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캐서린 코널리 아일랜드 대통령 등 중도 좌파 또는 좌파로 꼽히는 정상이 다수 참석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부총리,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부총리도 참석했다.
산체스 총리와 룰라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해온 좌파 성향 지도자로, 차기 선거에서 극우 세력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가자지구 전쟁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이란 전쟁을 놓고 사사건건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해온 산체스 총리는 극우 세력이 급격히 확장하는 유럽에서 좌파적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는 몇 안 되는 정상으로 꼽힌다.
산체스 총리는 개회사에서 민주주의는 당연한 게 아니라 노력해서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최근 설파해온 '전쟁반대'(No to war)라는 슬로건을 거듭 강조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세계 좌파 운동의 중심인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스페인 총리직 이후 유럽연합(EU)에서 역할을 모색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한 유럽의회 고위 당국자는 "그는 스페인을 넘어 유럽 차원의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앞서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와 인터뷰에서 "반(反)트럼프 회의는 아니다"라고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극우 돌풍 속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7일 산체스 총리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건 세계에서 민주주의적 과정을 강화할 해법을 찾아 역행을 막으려는 것"이라며 "역행이 일어나면 히틀러가 생겨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산체스 총리도 이번 회의에 대해 "세계 모든 진보 세력에 기반을 제공하려는 것"이라며 "우리의 단결은 우리의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극우가 유럽의회 선거 등에서 대약진한 2024년 스페인과 브라질이 결성해 이번이 네 번째다.
올해는 특히 세계 좌파 정당·단체 간 국제 협력 강화를 목표로 한 '글로벌 진보 동원' 출범 행사가 함께 열렸다. 전·현직 국가 정상과 지방자치단체장, 정치인, 활동가 등 40여 개국, 100여 개 조직의 6천 명이 참석해 소득 불평등, 친환경 에너지 전환, 진보 정당의 선거 전략 등을 논의했다.
이날 행사에서 주요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입에 올리지는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및 기조, 그의 청치 구호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억만장자 및 소셜미디어 기업들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산체스 총리는 "우리는 스스로 불가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팔을 꺾어줄 것"이라며 '끝없는 탐욕을 가진 억만장자, 사람들의 집을 가지고 투기하는 사람들, 우리의 민주주의와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이용해 부를 쌓는 세력'을 지목했다.
산체스 총리는 "다자 질서가 죽었다고 생각하거나 그 근간을 저해하려는 이들에 맞서기 위해" 유엔을 재편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그는 극우가 국제적으로 조직화하고 있다면서도 "그들은 이기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시대가 끝났다는 걸 알기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룰라 대통령도 "우리는 매일 아침 전 세계를 위협하고 전쟁을 선포하는 한 대통령의 트윗(엑스·X)을 보며 잠에서 깰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엔 상임이사국들이 평화 수호자가 아닌 '군벌'처럼 행동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유로뉴스는 이날 산체스 총리가 '반트럼프 동맹'을 구축했다며 행사장에서는 "전쟁반대" 구호가 울렸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도 산체스 총리가 미국의 관세와 중동 전쟁이 다자주의를 약화했다고 지적하며 '반트럼프 집회'를 열었다고 평했다.

한편, 이날 산체스 총리와 룰라 대통령, 셰인바움 대통령은 공동 성명을 내고 쿠바가 미국의 봉쇄로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다며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이들 3국 정상은 유엔 헌장에 따른 대화를 촉구하면서 쿠바 국민이 자국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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