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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사람 대신 고압전선 타고 제빙까지"…中산업현장 스며드는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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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사람 대신 고압전선 타고 제빙까지"…中산업현장 스며드는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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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 "사람 대신 고압전선 타고 제빙까지"…中산업현장 스며드는 로봇
    전력망 등 산업특화 로봇 속속 걸음마…선전엔 업체 200여개 모인 '로봇 밸리'도


    (광저우·선전=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즈싱저(知行者) 1호", "네, 여기 있습니다", "통제모드 수동으로 전환."
    16일 오전 중국 남부 광저우시 전력로봇실험실.
    윈난·구이저우·광시·광둥·하이난 등 남부 5개 성(省)에 전력을 공급하는 국유기업 중국남방전력망(CSG) 산하 이 실험실을 방문했다.
    CSG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즈싱저 1호'는 흰색 가운을 입은 실험실 관계자의 음성 지시를 듣고 성큼성큼 기계 설비로 다가간 뒤 버튼을 눌렀다.
    발전소 냉각기와 조명, 통풍 설비를 켜고 끄는 것부터 장치 내부 검사까지 한 번에 세 가지 음성 지령을 받아 수행할 수 있다.
    CSG 전력로봇실험실은 지난해 문을 열었다.
    개별 산업마다 인공지능(AI)을 적용하는 'AI 플러스(+)', AI를 휴머노이드 로봇 같은 실물과 결합하는 체화지능(embodied intelligence) 등 중앙정부 AI·로봇 전략의 '모범'으로 꼽힌다.
    실험실 안에서는 다른 로봇들의 현장 적용 테스트도 이뤄지고 있었다.
    가상현실(VR) 안경을 쓴 연구자가 리모컨을 든 채 손을 움직이자 로봇이 그 동작을 그대로 모사해 발전소 설비에 긴 막대를 갖다 댔고, 바퀴와 네 다리를 모두 갖춰 다양한 지형에서 운용 가능한 로봇 개 '페이윈 타이탄'은 발전 설비 이상을 점검했다.
    실험실 컴퓨터로 멀리 산지에 있는 드론을 조종해 정전 등 비상 상황을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도 활용되고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고공 송전탑 이상 상황에 대응한 전용 로봇이었다.
    로봇 두 대가 짝지어 전선을 타고 다니면서 새 전깃줄 교체 작업을 하거나 전선에 두껍게 형성된 얼음을 단번에 깼다. 로봇만 공중에 올라가고 사람은 지상에서 원격으로 통제하기 때문에 전기가 통하는 활선 상태의 전선 작업도 가능하다고 한다.
    로봇을 시연하던 연구원은 "예전에는 작업자가 수십 m 높이 송전탑에 올라가 직접 얼음을 제거해야 했는데, 이제 스마트 제빙 기술에 더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제빙 로봇 '칭링'이 있다"며 "사람이 송전탑에 올라가 얼음을 깨는 고위험 작업과 완전히 작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CSG는 약 1만대의 드론과 700대 가까운 로봇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전력로봇실험실이 작년에 창설돼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제빙 로봇과 실내용 경량 로봇, X선 검사 로봇 등은 소규모 상용화 및 적용 확대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CSG가 로봇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2008년 초 중국 남부 지역을 강타한 폭설 피해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리돤자오 CSG 전력로봇실험실 수석기술자는 당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뒤 복구에 나선 작업자들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 것을 보고 기계화 필요성을 느꼈고, 남부 지역은 비교적 온화한 곳이기는 하지만 고산지대가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를 잃은 경험이 있으니 이제 그런 일이 없도록 외양간을 고치겠다는 말로 들렸다.
    그는 "시중에 로봇을 만드는 업체가 많지만 대부분 산업 제조나 호텔 서비스 등에서 쓰는 범용 제품을 다루고 있다"며 "우리 전력 분야 작업의 복잡성은 범용 로봇들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특화된 기능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로봇 업체 완제품을 들여와 개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광저우 옆에 있는 또 다른 중국 1선 도시 선전(深?)은 중국에서 로봇 산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다.




    다른 중국 도시에서는 대형 행사장에서 볼 수 있던 로봇이 이곳에선 카페·식당부터 사무실까지 더 흔하게 보였다.
    서울 여의도 넓이의 10배가량(28㎢)으로 조성된 선전 '로봇 밸리'에는 대학·연구소 11곳과 200여개의 로봇 업체가 포진했다. 세계 최대 드론업체 DJI와 로봇 청소기업체 로보락, 산업용 휴머노이드 분야를 이끄는 유비테크(UBTECH) 등도 이곳에 있었다.
    2012년 설립돼 올해로 15년 차가 된 홍콩 증시 상장사 유비테크는 공장용 로봇 '워커'(Walker) 시리즈가 주력이다.
    2016년 나온 프로토타입은 크기 1.2m에 몸통과 다리만 있는 구조였는데, 2018년 1세대와 2019년 2세대 등에서 차츰 '사람처럼' 외양을 갖췄다. 현재 최신형인 '워커 S2'는 사람의 외관과 흡사해졌고, 알아서 배터리를 빼고 교체하는 기능도 갖췄다.
    지리(Geely)와 비야디(BYD) 등 중국 자동차기업과 협력해 공장 활용 가능성을 타진하는 상황이다. 유비테크 시연장에서는 '워커' 로봇 300대가 컨테이너로 투입돼 마치 군대처럼 자동차 공장을 '접수'하는 영상이 상영되기도 했다. 다만 아직은 미세한 손동작 등이 어려웠고, 실제 전시장에서는 손가락 없는 '작업용 손'으로 교체한 뒤 플라스틱 박스를 옮기는 것을 선보이고 있었다.

    로봇 분야도 중국이 전략 육성해온 전기차·태양광 등 산업처럼 업계 전반의 규모가 커지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한다.
    마이클 탐 유비테크 최고브랜드책임자(CBO)는 "중국의 강점은 공급망이 두텁다는 점이고, 우리는 공장에서 수많은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며 "미래 경쟁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봇 밸리에 입주한 업체들 가운데는 '완성 로봇' 외에도 부품이나 신체 일부를 제작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로봇의 손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덱셀로보틱스(源昇智能)가 대표적이다.
    사람 손처럼 손가락 하나에 관절 세 개가 있고, 다섯 손가락이 모두 개별적으로 동작 가능한 것이 특징이었다. 지난해 출시된 초기 단계라 컴퓨터 명령어를 넣어야만 작동하지만 손 하나당 최대 30㎏의 짐을 들 수 있고, 0.5㎜ 단위로 미세하게 움직일 수 있어 연약한 물건도 비교적 안전하게 집는다.

    xi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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