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권력 다툼이 최악 인도주의 위기로…잇단 중재·휴전 시도 무위
주변국들 각각 정부군·반군 지원 의혹…오늘 베를린서 3차 국제수단회의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로 불리는 수단 내전이 발발한 지 15일(현지시간) 만 3년이 됐다.
그동안 정부군과 반군인 신속대응군(RSF)의 교전으로 4만명 넘게 숨지고 전쟁에 따른 기근과 질병 등의 영향까지 포함하면 15만명이 사망했으며 1천200만명의 피란민이 발생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났지만, 전쟁의 끝은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 사회의 해결 노력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중동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전쟁, 최근 이란 전쟁 등에 가려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인근 국가들이 각각 정부군과 반군을 지원하며 오히려 내전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독일 베를린에서는 이날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아프리카연합(AU) 등이 참여하는 제3차 국제 수단 회의가 열려 수단 난민 지원 문제 등을 논의한다.

◇ 함께 쿠데타 벌인 '1국가 2군대'…군부 권력 다툼이 내전으로
수단 내전은 한 때 함께 힘을 모았던 정부군과 준군사조직이 서로 권력 다툼을 벌이면서 벌어졌다.
수단은 과거 영국과 이집트의 공동통치 아래 있다가 1956년 독립한 이후 여러 차례 내전과 쿠데타를 겪었다.
1989년 쿠데타로 집권한 오마르 알바시르 당시 대통령은 2013년 반군과의 전투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이유로 정부군 외에 아랍계 민병대를 공식조직으로 재편해 준군사조직인 신속대응군(RSF)을 창설하고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를 사령관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수단 정부군과 RSF는 2019년 8월 함께 쿠데타를 일으켜 30년간 장기집권한 알바시르 대통령을 축출한 뒤 2021년 10월 과도정부마저 무너뜨리며 권력을 장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함께 움직였던 정부군과 RSF는 2023년 정부군 지도자인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RSF를 이끄는 다갈로 사령관 사이 권력 다툼이 격화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특히 두 사람은 정부군과 RSF 통합과 관련해 이견을 보였고 그해 4월15일 RSF가 병력을 수도 하르툼에 배치하면서 내전이 발발했다.
RSF는 이후 하르툼 일부와 서부 다르푸르를 거점으로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며 옴두루만, 코르도판, 블루나일주, 북부 메로웨 등지로 전선을 확대했다.
RSF는 서부 다르푸르 권역을 대부분 장악하고 수도 하르툼도 한때 점령했으나, 중부와 동부 권역에서 정부군에 밀리면서 하르툼을 정부군에 내줬다.
현재는 정부군이 동부와 북부·중부 권역을, RSF가 서부와 남부 권역 일부를 각각 통제하며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 계속되는 중재·휴전 시도에도 성과 없어
내전 발발 직후 토니 블링컨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긴급 휴전을 촉구하는 등 그동안 국제사회의 여러 중재 시도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실효적인 성과는 달성하지 못했다.
내전 초기인 2023년 4월 21~23일 라마단(금식) 종료를 기념하는 이슬람 명절 '이드 알피트르'를 맞아 사흘간 휴전하는 등 몇차례 단기적 휴전이 있었지만,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무력충돌이 이어졌다.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RSF는 지난해 4월 별도 정부 수립을 선언하고 곧이어 다갈로 사령관이 별도 정부 수장에 임명됐다고 밝혔으며, 정부군도 지난해 5월 그동안 공석이었던 총리에 카밀 알타이브 이드리스 전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사무총장을 임명하는 등 각자 영역에서 통치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 상대 점령지를 향한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중재 노력은 최근에도 이어져 지난해 9월 미국과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정부군과 RSF가 3개월간의 인도주의적 휴전을 거친 뒤 즉각 영구적 휴전에 돌입하고, 9개월간의 과도기를 거쳐 민간 정부를 수립한다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군을 이끄는 부르한 장군은 중재안에 대해 "정부군을 없애고 반군 민병대를 그대로 두겠다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해 11월 수단 내전 개입 의지를 비치자 다갈로 RSF 사령관은 이에 부응해 3개월간 휴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야말로 선언이었을 뿐 정부군뿐 아니라 RSF도 서로를 향한 공격을 계속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드리스 수단 총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유엔·아프리카연합(AU)·아랍연맹(AL)이 감시하는 휴전과 RSF의 점령 지역 전면 철수 등을 담은 평화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RSF의 무장 해제와 철수를 담은 이 계획은 RSF가 수용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는 이란 전쟁 등 여파로 수단 내전과 관련한 외국의 적극적 중재 노력도 눈에 띄지 않는 모양새다.

◇ 주변국 개입 보도 잇따라…미국, 수단 무슬림 형제단 테러조직 지정
수단 내전은 초기부터 이웃 국가 등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각국의 군사 지원 상황에 대한 구체적 보도까지 나오면서 내전의 다층적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수단과 국경을 마주한 이집트는 수단 정부군에 대한 군사지원을 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지목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월 이집트가 남부 수단 국경 인근 사막지대에 비밀 드론 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출격한 장거리 군용 드론이 RSF를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가 수단 정부군을 지원하며, 수단 정부군은 튀르키예와 이란, 러시아에서도 무기를 획득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RSF를 돕는 대표적인 국가로 알려졌다.
UAE는 RSF에 무기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에티오피아에 RSF 반군 훈련 캠프 건설비용을 대고 훈련 교관과 물류를 지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같은 달 보도했다. 로이터는 최대 1만명 수용이 가능한 이 캠프에서 RSF 전사 4천300명이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같은 보도에 이집트와 튀르키예, UAE, 에티오피아 등은 부인하거나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달 수단 정부군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수단 무슬림형제단에 대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로부터 훈련과 기타 지원을 받는다"며 '특별 지정 국제 테러리스트'(SDGT) 명단에 올리고 '외국 테러조직'(FTO)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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