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회담에 시 주석 "지난번에 오셨던 분은 누구?" 묻기도
정리원, 한껏 미소 지으며 시진핑 정치구호 '운명공동체' 언급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친중 성향의 대만 야당 당수와 마주 앉았다.
무려 10년 만에 중국 공산당과 대만 국민당의 영수 회담인 이른바 '국공 회담'이 열려 이목이 쏠렸다.
10일 대만매체 연합보와 홍콩매체 HK01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먼저 나와 정리원 대만 국민당 주석(대표)을 맞이했다.
시 주석은 "안녕하세요, 정리원 주석"이라고 인사말을 건네며 손을 내밀어 그와 악수했다.
시 주석과 정 주석이 14초간 악수를 했다는 점을 현지 매체들은 부각했다.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열린 이번 회담은 중국 측 5인과 대만 국민당 측 5인이 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중국 측 테이블에는 시 주석을 비롯해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공식 서열 4위),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서열 5위), 거시 경제 수장인 정산제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쑹타오 주임이 자리했다.
국민당에서는 정 주석 외에 리첸룽·장룽궁·샤오쉬천 국민당 부주석, 리훙위안 국민당 싱크탱크 부이사장이 자리를 채웠다. 방중단 14인 중 나머지 인원들은 뒤에 배석했다.
회담이 시작되며 시 주석은 "어제는 청명절 무렵으로 비가 부슬부슬 내렸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10년 만에 양당 지도자가 처음 만나는 자리라는 언급과 함께 "지난번에 오셨던 분이 누구였나요?"라고 물었다.
이때 장룽궁 부주석 등이 손을 들었다고 연합보는 전했다.
시 주석의 질문은 대화의 분위기를 풀어주고 국공회담의 역사적 정통성을 짚어주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시 주석과 정 주석은 '대만 독립 반대'에 한목소리를 냈다.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서 "오늘날의 세계는 결코 태평하지 않고, 평화는 소중하다"며 "양안 동포는 모두 중국인으로, 한 가족이 평화·발전·교류·협력해야 한다는 것은 공동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정 주석은 대만해협이 '외세 개입의 장기판'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시 주석의 대표적인 정치 구호인 '운명공동체'를 거론하는 등 중국에 밀착하는 발언을 했으며 만면에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현지 매체들은 회담 장소인 동대청(東大廳)에도 주목했다.
이전까지 국공회담 장소였던 복건청(福建廳)이 아닌 동대청에서 열린 것은 회담의 격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HK01에 따르면 동대청은 중국 지도자가 주로 외빈을 접견하거나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는 장소다. 덩샤오핑이 과거 홍콩 대표를 접견해 반환 문제를 논의한 장소이기도 하다.
HK01은 "중국과 소련의 지도자 덩샤오핑과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동대청에서 역사적인 악수를 한 적 있다"라면서 "역대 국공회담은 모두 복건청에서 열렸으며 이번은 동대청에서 열린 첫 사례로, 매우 특별하다"고 밝혔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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