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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로] 일촉즉발 하르그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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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곡로] 일촉즉발 하르그섬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페르시아만 유전 지대 한복판에 자리 잡은 하르그섬(Kharg Island)은 이란 경제의 심장부다. 이란 항구도시 부셰르에서 서쪽으로 약 25km 해상에 있는 산호초 섬으로, 면적은 약 20㎢이고 인구는 1만 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구 넓이의 작은 섬이지만, 전략적·경제적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페르시아만 국가들에서 원유를 넘겨받은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대양으로 나갈 때 지나야 하는 출발점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 이란 전체 원유 수출 물동량의 약 90%를 담당하는 핵심 터미널이다.




    이는 하르그섬이 이란 경제의 생사를 쥐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란 뜻이다. 이란 본토 주요 유전들의 해저 송유관이 이 섬으로 연결된 만큼 하르그 터미널 가동 중단은 이란 국가 재정의 파탄을 의미한다. 이란과 종전 협상 중인 미국이 타결 실패 시 양대 군사 옵션으로 블랙아웃 작전(주요 발전소 타격)과 함께 하르그 점령을 고려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은 이미 정예 지상군 병력 수천 명을 페르시아만 인근에 전진 배치했으며, 추가 파병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르그섬은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였다. 이미 섬의 군사용 비행장과 미사일 저장고 등 다수 군사 시설이 개전 이후 공습으로 파괴된 상태다. 석유 수출 시설은 아직 피해가 없지만, 점령 시나리오가 가동되면 최소한 발전 시설은 표적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군의 병력 강화 배치에 맞선 이란도 상륙 작전에 대비해 함정 접근을 막기 위한 기뢰 등을 설치하고 해안가에 대인·대전차 지뢰를 대량 매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기존 방공망에 이동식 대공 미사일을 추가 배치하며 저공 낙하 침투에 대비하고 있다.

    미군은 다음 달 6일 시한까지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이란 본토 주요 발전 시설 공격과 함께 하르그 접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란 신정 정권은 하르그섬을 빼앗기면 원유 수출이 사실상 전면 중단되므로 '경제적 사망 선고'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 이란 재정의 80~90%를 차지하는 원유 수출 통로를 미국이 가져가면, 혁명수비대는 생존이 어려워진다. 헤즈볼라와 후티 등 친이란 반군 세력에 대한 자금 지원도 끊기므로 '저항의 축'도 마비된다. 특히 이란이 '전가의 보도'로 내세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도 타격을 받게 된다.





    결국 미국의 하르그섬 점령 시도는 '경제적 참수 작전'이다. 하르그 상실은 이란에 내분을 가속할 결정적 촉매가 될 확률이 높다. 안 그래도 초인플레이션과 생필품 부족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이 대규모 봉기를 다시 일으킬 수 있고, 혁명수비대 간부 같은 핵심 엘리트 사이에서도 분열과 쿠데타 조짐이 보일 수 있다. 아무리 신정의 종교적 권위가 강력해도 굶주린 민중을 통제하긴 쉽지 않다. 이란 입장에선 협상 시한을 계속 바꿔가며 군 전력을 증강하고 아킬레스건을 끊겠다고 위협하는 미국의 압박이 짜증 나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협상 결렬 시 미국의 하르그섬 점령 시도가 유력한 상황이므로 이란은 '적에 이롭게 넘겨주느니 불태운다'는 자폭 작전으로 섬의 모든 저유 및 선적 시설을 스스로 파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르그섬이 미국에 넘어갈 경우 페르시아만 원유 밸브 통제권이 미국 손에 들어가는 데다, 무엇보다 섬이 이란 본토 공격을 위한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란은 마지막 '물귀신 작전'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국들의 유전 지대를 향해 대량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

    이런 최악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세계 경제는 또 한 번 크게 요동치며 치명타를 입는다. 국제 유가는 급등하고 주요 국가들의 주가와 환율 등도 나쁜 방향으로 출렁일 전망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협상 결렬을 대비해 '압도적' 선제공격 옵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움직이기 전에 공격 수단을 초토화한다는 취지다. 사이버 공격과 전자전으로 이란 통신망과 전산망을 교란한 뒤에 대량 벙커버스터 공격으로 지하 기지를 최대한 파괴하고 블랙아웃 작전으로 국가 인프라 전체를 마비시키는 파상 공격이 검토된다. 특수부대가 하르그섬에 기습 잠입해 자폭 작전을 막는 방안도 거론된다.



    lesl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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