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중국의 상품무역 흑자가 과도하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수장이 달러 중심의 국제 통화 시스템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22일(현지시간) 인민은행 홈페이지에 따르면 판궁성 인민은행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 경제의 불균형 문제에 대해 "국제 경제·무역 시스템뿐만 아니라 통화 시스템도 분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판 행장은 "무역 흑자는 글로벌 산업 분업에 따른 결과"라면서 "지난 40년간 세계 주요 흑자국은 기본적으로 일본·독일·스위스·중국 등 모두 제조업 경쟁력이 강한 국가였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적자국은 시종 변하지 않았으며 이는 국제 통화 시스템에 내재한 결함과 관련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현 시스템을 겨냥해 "단일 주권 통화가 주도하는 국제 통화 시스템에서는 주요 본원통화 발행국이 비교적 낮은 융자 비용으로 장기간 적자 재정을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원통화 발행국이) 비교적 큰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화폐를 수출한다. 동시에 자본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객관적으로 주요 본원통화가 고평가되고 해당 국가의 제조업 경쟁력을 일정 정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판 행장은 또 글로벌 경제 불균형과 관련해 "상품 무역뿐만 아니라 서비스 무역도 봐야 하고, 경상 계정뿐만 아니라 금융 계정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상품 무역 흑자국이긴 하지만, 동시에 세계 최대의 서비스 무역 적자국이라는 말로 풀이된다.
그는 "중국이 쌓은 경상수지 흑자는 기업·은행 등의 대외 투자를 통해 세계 각 지역·산업에 배치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면서 "세계 경제 발전과 금융 안정을 힘껏 지지했다"고 봤다.
중국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1조1천890억달러(약 1천794조원) 규모 상품무역 흑자를 기록했고, 올해 1∼2월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21.8% 급증한 6천565억8천만달러(약 990조7천억원)에 이른 바 있다.
판 행장은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이해하려면 비경제적 요인도 봐야 한다면서, 지난해 관세전쟁·무역전쟁에 대해 "국가안보 개념의 확대로 수출통제 조치가 늘었다. 이들 요인은 가계와 기업의 기대를 혼란스럽게 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판 행장은 중국의 통화정책 기조에 대해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계속 실시할 것"이라면서 "중국은 환율을 통해 무역 경쟁 상의 우위를 확보해야 할 필요가 없고 그러한 의도도 없다"고 말했다.
시장이 환율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도록 하며, 인민은행의 역할을 투명하고 국제규칙에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6일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4차 회의 경제 분야 기자회견에서도 이러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판 행장은 금융업 개방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하는 한편 "최근 몇 년간 위안화 국제화에 적극적 진전이 있었다. 국내외 주체들에 더 다원화된 통화 선택지를 제공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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