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수위 높아져도 파병 가능성은 작아…전문가 "中, 정치적 해결 입장 유지할 듯"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연기까지 거론하며 중국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크게 높이면서 중국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중국이 고심은 하고 있지만 실제 호위 작전에 참여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그동안 중동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고, 이란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군사적 개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미중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 호위 요청에 응답하지 않을 경우 정상회담을 연기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미중 정상회담을 지렛대로 삼아 중국의 참여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많은 국가들,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이 미국과 함께 군함을 파견해 해협이 계속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을 가장 먼저 거명한 뒤 프랑스·일본·한국·영국을 언급하며 이들 국가가 군함을 보내 "완전히 지도부가 제거된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중국은 일단 군사적 대응보다는 긴장 완화를 촉구하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최근 "중국은 사태가 악순환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즉각적인 군사행동 중단을 촉구한다"며 "모든 당사국은 에너지 공급의 안정과 원활한 흐름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실제로 군함을 파견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 연합에 참여할 경우 외교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이 이란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군사적 개입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중국이 이란 전쟁을 바라보는 기본적 입장은 '중재'와 '중립'"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수용한다면 이 전쟁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문 교수는 이어 "다만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만큼 호르무즈 해협 호위 문제로 인해 양국 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는 상황은 피하려 할 것"이라며 "중국은 당사국 간 협상을 통한 정치적 해결을 강조하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도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의 분석을 인용해 중국이 군사력을 동원해 유조선을 호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쑹중핑은 중국이 줄곧 정치적 수단을 통한 분쟁 해결을 주장했다는 점을 강조한 뒤 이란 군사력과 충돌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 일부 유럽 국가들, 특히 미국의 동맹국들은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논평에서 "미국이 중국에 뒤처리를 도와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뉴탄친은 미국의 목표가 이란 정권 전복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유가는 특별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상승을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중국·프랑스·영국·일본·한국 등에 함께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 총편집인을 지낸 관변 논객 후시진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전쟁을 세계 전체가 이란과 싸우는 전쟁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대부분 국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 구상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대응"이라며 "다른 나라의 위험을 이용해 미국의 승리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 한다면 그것은 정의로운 방식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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